[漢字의 비밀] 태풍은 큰 바람?
태풍의 태는 태풍 태(颱)라는 한자이다. 바람 풍(風)을 부수로 하여 글자의 의미를 담았다. 별 태(台)는 글자의 소리를 보이는 역할을 했다. 이런 한자를 형성자(形聲字)라고 한다. 전체 한자의 약 80%가 형성자라는 통계가 있다.
이 한자는 역사가 길지 않다. 1634년의 문헌 『복건통지(福建通志)』에 등장하지만, 1716년의 문헌 『강희자전(康熙字典)』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복건통지』는 대만을 포함한 푸젠성 지역의 기후나 풍속 등에 대한 기록인데 반해, 『강희자전』은 당시의 자서(字書)와 운서(韻書)를 종합한 중앙의 자전(字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颱는 특정 지역의 방언을 표기하던 제한된 사용의 한자가 한참 뒤에야 중앙 언어로 편입된 사례로 보인다.
이 한자는 용례도 많지 않다. 현대 한국어에서 표제어가 가장 많은 『우리말샘』에서조차 颱가 사용된 단어는 총 31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모든 사례가 태풍의 합성어 또는 태풍을 포함한 관용 표현에 제한된다. 결국 颱는 태풍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태풍 전용 한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왜 태풍(颱風)일까? 태풍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당시의 외래어에 대한 음역어라는 견해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영어에서 태풍을 나타내는 타이푼(Typhoon)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티폰(Typhon)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소리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생소한 한자 颱를 활용하고, 바람의 한자 風을 결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렇다면 음역어로서의 태풍이라는 단어가 정착되기 전에는 어떤 단어를 사용했을까? 역사서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회오리 구(颶) 자를 사용한 구풍(颶風)도 보이고, 빠르다 질(疾) 자가 사용된 질풍(疾風)도 눈에 띈다.
이번 태풍으로 제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 피해가 컸다. 모쪼록 우리 사회가 힘을 합쳐 재난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돌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현열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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