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흔들리는 한국의 외환 건전성
외환보유액 감소로 경고음 커져
자본유출 막을 대비책 마련해야"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올해 들어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어느새 달러당 1400원 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연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수준으로 올랐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12월에도 금리를 올리면 연말 연방기금금리가 3.25~3.5%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11월 올해 중 두 번 남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3.0%가 되면 다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이 경우 환율은 연말에 15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넘보는 위험 수위까지 대비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환차손이 발생한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올해 중 주식시장에서만 120억달러 정도가 순유출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2400선이 무너졌다.
수출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 경제에 무역수지가 4월(-25억달러) 5월(-16억달러) 6월(-26억달러) 7월(-47억달러) 8월(-95억달러)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8월 적자 95억달러는 66년 만에 나온 가장 큰 폭의 월별 적자다. 최근에는 대중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크게 늘면서 한·중 수교 30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수출에 장애가 되는 또 다른 원인은 엔화의 초약세 지속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상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어 외화 유출과 외환위기 우려가 없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엔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는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 2020년 초에만 해도 100엔당 1150원 하던 원·엔 환율이 최근 970원대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중인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도 감소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4692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이 올해 8월 말에 4364억달러로 328억달러 감소했다. 반면 외채는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말 3921억달러이던 외채는 올해 2분기 말 6620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외환보유액에 대한 단기외채 비율이 2016년 1분기 말 27.5%에서 올해 2분기 말 41.9%로 급증했다. 달러 강세를 예상한 금융회사의 달러 차입이 주된 요인이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강세인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화표시 채권(신용등급 A-~AA)의 평균 수익률이 1년 전 연 2.35%에서 최근 연 5.93%로 3배 가까이 높아지고 있다.
환율 급등, 무역적자 증가, 외환보유액 감소, 외채 증가로 외환 건전성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물론 지금의 외환 건전성은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건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이 급증하면 썰물처럼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저명한 국제금융학자들도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신흥국의 통화 불안은 25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의 냄새를 풍긴다”고 위협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필요시 조치’하겠다는 구두 개입만으로는 안 된다. 외화 유동성 확보, 무역적자 개선, 금융회사 외환 건전성 개선, 환율 안정을 위한 환율제도의 변경 등 특단의 대책을 미리미리 해야 한다. 대책을 위기가 임박해서 하면 그 자체가 위기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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