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프리즘] 일본 한상들의 애국심

정승환 2022. 9. 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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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상(韓商)들이 1981년 창설한 골프대회인 '신한동해오픈'이 최근 열렸다. 대회는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신한은행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일본 나라현 코마골프장에서 개최됐다.

대회 기간 골프 경기와는 별도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겸 코마컨트리클럽 초대 이사장 흉상 제막식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이 명예회장은 신한은행 설립 한 해 전인 1981년 코마컨트리클럽을 만들었다.

재일교포들이 편하게 골프를 치며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코마골프장은 재일교포들이 많이 사는 오사카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이며, 근처에 고구려인 정착촌도 위치해 있다.

당시 재일교포들은 골프장 회원권 구입이나 부킹에 대한 차별을 겪었다. 돈이 있어도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멤버십 골프장 입회가 어려웠다. 코마골프장이 오픈한 그해 제1회 동해오픈이 열렸다. 이 명예회장은 재일교포들과 힘을 모아 모국의 골프 발전을 위해 동해오픈선수권대회를 창설했다.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 한상들은 한국골프협회(KPGA)에 기금 1억원을 희사했다.

동해오픈 창설 멤버들은 신한은행 창립주주들과 대부분 겹쳤으며, 동해오픈과 신한은행은 함께 성장했다. 1989년 제9회 대회부터 신한금융그룹(당시 신한은행)이 이 명예회장과 신한은행 창립 주주들의 뜻을 기려 대회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다.

올해 대회 메인 스폰서 역시 신한금융이며, 한국과 한상, 일본 기업들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한국 대기업 중에선 LG가 후원에 참여했고, 한상이 운영하는 야마젠그룹, TKK그룹, 김해상사 등도 대회에 함께했다. 리코, 아사히, 산큐, 히라카와코퍼레이션, 애로우호텔 등 일본 회사들도 신한동해오픈을 후원했다. 40여 년 만에 한일을 아우르는 골프대회로 성장한 것이다.

대회 자문위원단에는 최종태 야마젠그룹 회장, 김화남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 회장, 박안순 민단 중앙본부 의장 등 일본 한상들도 포함돼 있다. 최 회장은 2007년 제6회 세계한상대회장을 역임했으며, 신한은행 주주로 참여했다.

모두 일제강점기 열다섯 나이에 대한해협을 건너가 일본에서 성공한 이 명예회장과 인연이 있다. 이 명예회장과 일본 한상들이 코마골프장과 동해오픈을 창설한 이유 중 하나는 '조국애'다. 그들은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모국 대한민국을 그리워했다.

그리움과 애틋함은 조국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이어졌다. 1963년 최초의 대규모 재외교포 모국투자의 주인공은 일본 한상(서갑호 사카모토방적 회장)이었고, 구로공단(현 가산디지털단지) 입주기업 70%가 일본 한상 투자 기업이었다. 신한은행은 재일교포들의 조국애와 금융보국이라는 의지에서 시작됐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도 신한은행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1월 1일부터 사흘간 울산에서 제20차 세계한상대회가 열린다. 대회에는 일본 한상들도 참가한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경계인' 취급을 받으며 억척스럽게 살았던 재일교포 기업들에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응원의 박수를 쳐주길 기대해본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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