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만 근무" 연봉 1억 금융노조, 도심 막고 총파업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6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차로 5개를 막은 채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이날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집회 관리를 해야 할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한 탓에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금융노조 조합원 등 1만3000명(경찰 추산)은 6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며 광화문에서 5개 차로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쳤다. 임금 인상, 주 36시간(4.5일제) 실시,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 인력 유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오전 11시쯤부터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노조원들이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앞 등 광화문 일대로 모이기 시작했고 9시쯤부터 경찰 등의 교통 통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조원들이 시의회 앞 세종대로 왕복 총 8개 차로 중 5개 차로를 차지하면서, 나머지 3개 차로에서 버스, 승용차 등이 곳곳에 엉켜 출근길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 중구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28)씨는 “버스가 도로 위에 묶여서 10분 넘게 움직이질 못했다”며 “기사님이 내려서 다른 걸 타고 가라고 추천해 서울역 앞에서 내려서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 10시에 집회가 열려 이런 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경찰이 집회 관리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금융노조가 집회를 한 세종대로는 집회시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주요도로’에 포함된다. 경찰은 이런 주요도로의 집회에 대해서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집회를 금지하거나 규모 등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양방향 차량 소통이 아예 막힌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전 조치는 따로 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는 교통 소통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도심권 대규모 집회에 대해 시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노조원들이 서울시의회 앞 도로 일대에서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로 이동한 뒤, 그 자리에는 오전 내내 비닐 돗자리와 종이 모자, 음료 컵 등이 나뒹굴었다. 금융노조 측이 고용한 쓰레기 처리 업체가 오후 쓰레기를 곳곳에 모아뒀지만 이날 오후 7시쯤까지도 수거가 안 돼 시의회 주변 자전거 도로나 버스 정류장 옆 등에 쓰레기 봉투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집회 주최 측은 “중구청이 수거 차량을 밤 11시 이후에 오게 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전국 곳곳에서 실시한 총파업에 3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17개 은행(인터넷은행 제외)의 총파업 참가율이 전체 직원 기준으로 9.4%, 금융노조 조합원 기준으로 13.6%라고 밝혔다. 2016년 총파업 때는 참가율이 전체 직원의 15% 수준이었다. 이날 총파업에 대해 ‘명분 없는 파업’이란 비판도 잇따랐다. 작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연봉은 1억550만원이었다. 고금리 속 고객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억대 연봉 ‘귀족 노조’가 임금을 올려 달라며 총파업을 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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