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빈관 신축 전면철회.."국민께 충분히 설명 못해 아쉬워"(종합)

박태진 2022. 9. 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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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걸맞은 행사공간 마련에도 심려 끼치지 않아야"
"양치기 예산" 野 공세 속 비우호적 여론 감안한 듯
국격·국익 도움 설명에도 순방 직전 전격 결정
당분간 용산 청사·국방컨벤션센터·전쟁기념관 사용할 듯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옛 청와대 영빈관 격의 부속시설 건립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약 878억원을 들여 새로운 내외빈 영접공간을 짓겠다는 대통령실 계획이 야당의 공세와 함께 비우호적인 여론에 직면하자 이를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신축사업 878억 편성해 국회 제출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실 ‘국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서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외빈 접견, 행사 지원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878억63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에 먼저 497억4600만원을 투입하는 등 2년간 사업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국가 영빈관’을 짓고 외국 정상 등을 영접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 편성안이 전날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알려지면서 야당의 공세가 연일 지속됐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신축 사업 예산이면 수재민 1만명에게 10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규모”라며 새 정부를 비꼬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밝힌 집무실 이전 비용(496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의 예산이 영빈관 하나에 책정됐다는 점을 겨냥, “양치기 예산”이라고 비판하며 예산 삭감 방침을 공언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국격에 맞는 내외빈 접견 공간 건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영빈관 신축 예산으로 약 878억원을 편성한 것과 관련, “필요성에 대해서 언론인 여러분이나 시민분들이나 모르진 않을 것 같다”며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고 용산 대통령실로 나온 이후에 여러 내외빈 행사를 여러 곳에서 주최를 했다”며 “가깝게는 국방컨벤션센터 비롯해 전쟁기념관, 국립박물관, 신라호텔 등 여러 곳에서 내외빈 행사를 준비했는데, 당연히 경호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경호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고, 거기에 따른 시민 불편도 당연히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론 국민들 입장에선 이전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으로 생각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국익과 국격에 맞는 시설 추가로 필요하지 않나 문제의식 가지고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씀드린다”며 “반대로 청와대를 국민께 개방함으로서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이전에 따른 비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이전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처럼 부속시설 비용도 여러분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尹, 리잔수 접견 후 전격 철회 결정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늦은 오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 접견 등 일정을 끝내고 순방 준비 관련 일정을 소화하던 와중에 건립 철회를 전격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의 최종 결정권이 국회에 있는 상황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삭감 방침을 밝힌데다, 민생이 어려운 와중에 영빈관 신축 뉴스를 접한 여론도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 건립이라는 취지에도, 국민이 이에 공감하지 않으면 강행할 때가 아니란 것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당분간 내외빈 행사에서 용산 청사 2층의 다목적홀이나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진 바 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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