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울분과 반항이 승화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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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1980년대 백인 중심 뉴욕 화단에서 그림 교육을 받지 않은 젊은 흑인 화가 장미셸 바스키아가 겪은 차별에 대한 저항의 흔적이다.
'혼성적'이란 서로 다른 근원의 것들을 뒤섞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서로 관련이 없는 것,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결합해서 형식과 관계의 파괴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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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그렸고, 어떤 의도가 담겨 있을까? ‘혼성적’ ‘해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혼성적’이란 서로 다른 근원의 것들을 뒤섞는 방법을 말한다. 작품 속에 두 개 이상의 텍스트들을 만들고, 그것들이 중첩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의미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로 관련이 없는 것,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결합해서 형식과 관계의 파괴를 시도한다.
그의 작품 ‘호른 연주자’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그림 속에 얼굴과 악기 파편, 거친 붓 자국 등 시각적 이미지들을 그리고, 도형에는 비누라고 쓰고 어지러운, 조류학, 연금술 등의 개념적인 문자를 새겨 넣어 혼합했다. 근거도 다르고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이미지들을 뒤섞고, 그것들 사이에 그 어떤 상관관계도, 일관성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의 조화로운 구성과 연결을 부정하고, 단지 하나의 시각적 충격 효과만을 주려 한 듯하다. 그래서 이런 바스키아의 작품은 ‘해체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모든 그림의 가장 기본인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해체시키려 한다는 점에서다.
한편 바스키아 작품은 가장 불순한 기호인 낙서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고급 미술의 형식과 순수성에 대한 반발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낙서가 계산하지 않고 즉흥적이며 본능적인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꾸미지 않은 원초적인 표현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지금은 도시 건물들과 길거리라는 파격적 공간에 어울리는 그라피티 아트가 우리 눈을 즐겁게 하지만, 그 시작은 멸시받던 젊은 화가 바스키아의 울분과 반항이었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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