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어디 가고 싶어?

2022. 9. 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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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코앞에 두고 아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아직 나도 안 겪은 코로나19를 아이 먼저 겪게 해서 미안함도 크고 걱정도 컸는데, 요행히 아이는 딱 이틀만 호되게 앓고 사흘째부터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 빠르게 기력을 회복해갔다.

아이는 평소 책 읽기와 애니메이션 시청하기를 지나치다시피 좋아했고, 녀석에게 읽힐 책과 보여줄 애니메이션의 목록은 넘치도록 충분했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하루 이틀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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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코앞에 두고 아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아직 나도 안 겪은 코로나19를 아이 먼저 겪게 해서 미안함도 크고 걱정도 컸는데, 요행히 아이는 딱 이틀만 호되게 앓고 사흘째부터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 빠르게 기력을 회복해갔다.

문제는 자가격리였다. 시기가 하필 추석 연휴와 겹치는 바람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강원도 외가와 친가 나들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졸지에 집 앞 놀이터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이는 평소 책 읽기와 애니메이션 시청하기를 지나치다시피 좋아했고, 녀석에게 읽힐 책과 보여줄 애니메이션의 목록은 넘치도록 충분했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하루 이틀인 모양이었다. 녀석은 곧 시위하듯 창가에 매달려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격리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것이 안쓰러워 내가 물었다. 밖에 나가고 싶어? 어디 가고 싶어?

당연히 놀이터나 동네 키즈카페, 선택지를 조금 더 넓혀도 놀이공원 정도를 꼽으리라 예상했다. 엄마, 나는 태평양에 있는 무인도에 가고 싶어.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태평양 무인도? 왜? 아이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대꾸했다. 제가 읽은 동화책의 주인공 아무개 선장이 그곳에 살고 있다고. 그야말로 아이다운 발상이었다. 응, 그런데 그 책 속의 시간은 아주 옛날이야. 네가 태어나기도 전이거든. 그래서 지금 네가 그곳에 가도 그 선장을 만날 수는 없어.

나도 알아. 아이가 딱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만나려고 가는 게 아니라, 그 선장이 거기 살았었으니까 가보고 싶은 거지. 거기 가면 내가 꼭 동화책 속에 있는 기분일 거 같거든.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한다니. 그러니까 내가 오래전 빨간머리 앤이 살았다는 캐나다 동쪽 끝 어느 섬을 돌아보고 싶었던 것처럼, 마지막 잎새가 아직도 매달려 있다는 담장이 있는 뉴욕의 어느 카페에 가보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마크 트웨인의 책에서였나, 정확한 표현도 출처도 기억나지 않지만, 여행지에서 우리는 낯선 경치를 구경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장소와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던 맥락의 문장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격리가 끝나면 아이와 함께 그렇게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괜히 신이 나서 나는 아이에게 재차 물었다. 그리고 또? 또 어디에 가고 싶어?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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