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코로나 대응 '골든타임' 잡아라[기고]
생후 20일 된 아기를 안고 엄마가 다급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찾았다. 엄마는 내원 하루 전날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받았다. 아기가 체온이 38.5도에 이르고 끙끙거리며 잘 놀지 않고 잘 먹지도 않는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의 끙끙거림, 미열, 잘 놀지 않음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은 신생아 패혈증을 의미하는 소견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신속항원검사 결과, 코로나19로 확진됐다. 아기는 시한폭탄을 안고 끙끙거리며 자고 있다.
당장 우려되는 급성 합병증은, 시기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가와사키 유사증후군, 사이토카인 폭풍-소아 염증성 다발계통 증후군, 소아에서의 다발계통 염증성 증후군 등이다. 이 세 가지 합병증의 지표를 반영하는 응급 검사를 시행했다. 일부 대한아동병원협회 소속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에서는 이 같은 검사를 시행하여 골든타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정부에서는 2020년 6월27일부터 합병증 의심 사례 신고를 받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 보기도 바쁜데 서류 부담만 늘어난다. 그래도 신고해야 한다.
예상했던 대로 코로나19 관련 심장 합병증을 예고하는 아기의 지표는 정상수치(300 이하) 대비 10배로 치솟았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항염증제를 투여했다. 항염증 치료 3일째, 아기의 심장 염증 수치는 정상수치의 3배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매우 높지만 좋아진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증상은 좋아지겠지만 수치는 한 달 넘게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항염증제 치료와 심장초음파가 필요하다.
필자가 직접 진료한 신생아 코로나19 환자의 사례다. 겉으로 보기에 신생아는 면역력이나 염증 반응이 미약해 증상이 도드라지지 않아 검사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치료 없이 ‘급성 코로나 염증’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급성 합병증으로 갑자기 악화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치명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설령 제대로 된 치료 없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롱코비드라고 불리는 코로나 장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급성 혹은 만성 병태생리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증상만 호전되면 그것으로 치료를 종료한다. 합병증이나 장기 후유증에 대한 예방적 치료나 정교한 검사 및 치료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신 접종이 허가되지 않은 연령의 영·유아, 소아·청소년 인구는 당면한 지금 대한민국 최대의 의료 약자이다. 이 환자들에게는 코로나19가 진단되면 합병증 발생 예측 지표를 활용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부 아동병원협회 거점 전담병원들에서 합병증 지표를 활용한 진료 지침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롱코비드 합병증에 대한 대비책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어 크게 장려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특히 영·유아의 코로나19 증상은 성인과 크게 다르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도, 코로나19 합병증이 온다 해도 제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특히, 신생아들은 그저 미약하게 끙끙거리고 만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식견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골든타임을 놓쳐 아기들에게 장애가 생기면 부모들은 아기의 평생 동안 엄청난 육아 부담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 K방역의 의료산업적 뒷받침은 충분하다.
이 검사에 소요되는 모든 시약과 POCT 장비(의료 현장 즉시 검사)는 국산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학술부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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