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옛 동료 스토킹 살인사건..진보당 "여혐 범죄" VS 여가부 장관 "아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역무원 살해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라는 지적과 스토킹 범죄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다.
먼저 진보당 당원 등은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했다.
이들은 16일 신당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토킹 범죄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고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할 시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16년 일어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신당역 사건 역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지적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봤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분명한 여성혐오 범죄다. 여성혐오 범죄를 중대한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특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상정해 논의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왜 우리 정치는 매번 이렇게 사람이 죽어야만 겨우 움직이는지 답답한 마음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핵심 민생과제에 여성혐오 범죄 엄벌과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를 반드시 포함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오 고인을 추모하고자 신당역을 방문한 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어제 법무부 장관께서도 다녀가셨지만, 가해자가 불구속 송치되는 등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이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 사건이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실제로 피해자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와 상의해 오늘 상정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빠르게 통과시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규정 삭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통과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기관 사각지대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앞선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만남을 요구하며 스토킹 해왔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9시쯤 서울교통공사 전 직원인 전모(31)씨를 살인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전씨는 당시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A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흉기에 찔린 A씨는 화장실에 있는 콜폰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역사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시민 1명이 현장에서 전씨를 진압해 경찰에 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약 2시간 반 뒤인 오후 11시30분쯤 숨졌다.
전씨는 피해자에게 만남을 요구하며 스토킹해온 동료 역무원으로,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오랜시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가해자는 서울교통공사 현직 직원으로 현재는 직위가 해제된 상태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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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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