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책과 삶]
유저 프렌들리 - 세상을 바꾸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비밀
클리프 쿠앙·로버트 패브리칸트 지음
정수영 옮김
청림출판 | 470쪽 | 1만8000원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베르사유 궁전에 있던 수직적이고 뻣뻣한 의자들을 바꿔버렸다. 곡선적 디자인에 등 부분에 쿠션을 덧대 앉았을 때 편안하도록 만들었는데, 이는 권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편안함이야말로 가장 큰 권력이자 특권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렇듯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은 그저 심미적인 차원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무언가가 된다.
<유저 프렌들리 - 세상을 바꾸는 사용자 경험의 디자인의 비밀>은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파헤치는 책이다. 구글의 수석 디자이너 클리프 쿠앙과 달버그 디자인의 공동 창업자 로버트 패브리칸트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18세기 루이 15세의 의자부터 자동차의 운전대,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까지 지난 수세기 동안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을 사례로 들며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이 탄생한 과정과 그 의미를 전한다. 이들은 무엇을 기획하든 사용자에게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상품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에 대한 상찬만 늘어놓지도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이 온라인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소통 체계를 구축했지만 이것이 만들어낸 각종 부작용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내부 원리를 겉으로 드러낸다’와 같은 실용적인 조언은 디자이너에게 참고가 될 법하지만, 저자들은 이것이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디자인을 소비할 때 더 날카로운 눈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주목해야 할 책’으로 선정됐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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