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설득하려면..논리 싸움보다 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김도연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어떻게 마음이 변하는가
: 믿음, 의견, 설득의 놀라운 과학>
데이비드 맥레이니
같은 정보를 마주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마음을 바꾸고 다른 사람은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맥레이니의 신간 <어떻게 마음이 변하는가>는 인간의 믿음과 의견과 설득을 둘러싼 심리학과 과학과 경험에 관한 책이다. 작가는 강력한 신념, 위험한 음모론, 가짜뉴스와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 복잡하고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신뢰와 공감을 잃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지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9·11 사건은 미국 정부 내부에서 꾸민 것이라는 음모설을 믿는 사람,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결사반대하는 사람 등 컬트 회원이나 음모 이론가, 정치 활동가들은 왜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거나 어느 순간 마음을 바꾸는 걸까. 마음을 바꾼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검증을 거친 연구 결과와 데이터 기반의 사실(이라고 여기는) 자료를 내밀며 나에게 반대하는 상대를 향해 주장하고 설득하는 행동이 그의 생각을 바꾸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까.
선거를 앞두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선거 운동원의 예를 들어보자. 임신중단 합법화에 대해 0(적극 반대)부터 10(적극 찬성) 사이에 한 사람이 5점을 주었다. 이 사람의 마음을 적극 찬성 쪽으로 바꾸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논리적 근거를 설명하거나 동성애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진정으로 경청하는 태도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혹시 가족이나 친구 중에 임신이나 임신중단으로 인해 곤경을 겪은 사람이 있었는지 물으면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즉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잊고 있던 과거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내 이야기와 맞닿아 있음을 인지하며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생긴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받더라도 어떤 사람은 마음이 변화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개인마다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감각의 기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5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밈(meme) 드레스 사진이 있다. 줄무늬 드레스 색깔이 흰색과 금색인지, 파란색과 검정인지를 놓고 대중들의 논쟁이 급속도로 퍼진 사건이 있었다. 객관적인 지표라고 여겼던 색깔도 주관적이라는 것이 놀라운데, 주로 실내에서 일하거나 밤에 일하는 사람은 인공조명인 노란빛에 많이 노출되어 파란색과 검은색이라고 인식하는 반면, 야외에서 일을 해서 자연광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흰색과 금색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는 감각도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인간 심리학의 과학을 예리하고 명확하고 쉬운 예시와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독자들이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논쟁과 논리 싸움에서 벗어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화로 관점을 바꾸는 방법을 통해 상대 스스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즐거운 배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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