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24시간 만에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한 이유는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계획은 16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철회 지시를 내릴 때까지 만 하루동안 정치권을 크게 흔들었다. 영빈관을 옮길 것이라는 김건희 여사 발언 논란으로 비화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우려 목소리가 비등한 것이 윤 대통령의 철회 지시 배경으로 풀이된다.
영빈관 신축 계획은 전날 저녁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8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새 영빈관을 짓는다는 소식과 함께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외국 귀빈을 모실 때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와 달리 거액을 들여 신축하려 한다고 전해지면서 이날 아침까지 대부분의 언론이 주요 기사로 다뤘다. 대통령실은 전날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내외빈 행사를 열었지만 국격에 맞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영빈관 신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날 아침부터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영빈관 짓는데 878억원이면 수재민 1만 가구에게 약 1000만원씩 줄 수 있는 돈 아닌가”라며 “국민은 물가로, 일자리로 온갖 고통을 받는 데 몇 년 걸릴지도 모르고, 현재 대통령이 입주할지도 모르는 데 뭐가 급하다고 1000억원 예산을 퍼붓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호언장담한 (대통령실) 이전비용 496억원은 완전히 새빨간 거짓임이 확인됐다”며 “당선인 시절 청와대 영빈관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건 윤 대통령 자신이다. 오천만 국민 앞에서 양말 뒤집듯 거짓말하는 걸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데 15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밝히는 등 무리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변함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에서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는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영빈관 신축 불가피론을 폈다. 또 “(영빈관 신축) 필요성에 대해서 언론인이나 시민분들이나 모르시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영빈관 신축 계획에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과거 김건희 여사 녹취록에서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 옮겨야 한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라며 “영빈관 신축은 김건희 여사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무속인의 충고에 국민혈세 878억6000만원이 더 들어가게 됐다”면서 “‘복채’로 여기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고 무속인 연계설도 제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비등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통화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쓰겠다고 했으면, 먼저 청와대를 쓰다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신축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다른 의원도 “예산 편성 기조가 긴축인데, 이 시점에 문제가 불거져 유감”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윤 대통령 부부가 외교장관이 살던 한남동 공관에 입주함에 따라 새로 외교장관 공관을 만들기 위해 최소 24억원의 예산이 추가 배정된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오후 8시20분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통해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발표했다. 처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만 하루만이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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