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인만 100여명 해고한 중 동방항공, 코로나 지원금은 가장 많이 챙겼다
노동부, 1심서 "부당해고" 판결 나오자 부랴부랴 환수 검토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인 승무원만 대량 해고한 중국 동방항공이 정작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은 외국 국적 항공사(외항사) 중에서 가장 많이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방항공이 받은 고용유지 지원금은 다른 모든 외항사가 받은 지원금 합계보다 많았다. 고용 유지 의지가 없는 기업이 거액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타 가는 것을 막거나 감시할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최근 3년 외국국적항공사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현황’을 보면, 동방항공은 2020년부터 2022년 7월까지 63억5300만원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았다. 고용유지 지원금이란 경영 악화로 고용 유지가 어려워진 사업주가 직원 해고 대신 고용유지조치(휴업, 휴직, 무급휴업·휴직 등)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다. 지원금을 받은 뒤 1개월간은 해당 직원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동방항공이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고용유지 지원금은 2020년 246명에 대해 20억8700만원, 2021년 330명에 대해 28억6900만원, 2022년(7월까지) 13억9700만원이다. 동방항공이 3년 반 동안 63억5300만원을 챙기는 동안 나머지 19개 외항사는 다 합쳐서 56억8000만원을 받았다. 동방항공에 이어 고용유지 지원금을 많이 받은 외항사는 일본항공(11억7000만원)과 캐세이퍼시픽항공(7억9300만원)이다.
동방항공은 한국 직원의 수는 가장 많이 줄였다. 2019~2022년 7월 외항사 20곳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보면, 동방항공 소속 피보험자는 2019년 말 338명에서 2022년 7월 233명으로 100명 이상 줄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외항사 대부분이 직원을 줄였지만 피보험자가 100명 이상 줄어든 곳은 동방항공뿐이다. 동방항공은 한국인 직원만 특정해 대량 해고하기도 했다. 2020년 3월9일 동방항공은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했다며 특정 기수(14기) 한국인 승무원 73명 전원에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다른 국적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었다. 14기 승무원들은 부당해고(해고무효확인) 소송을 걸었고,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는 지난 8일 이들의 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동방항공의 해고를 부당해고라 판결했다.
고용노동부가 고용을 유지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회사에 거액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투입하고도 정작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부당해고 1심 판결이 나오자 뒤늦게 2020년 2~3월 동방항공에 지급된 고용유지 지원금 3억7100만원의 환수를 위해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1심 선고 이전 의원실이 질의했을 때 노동부는 해당 선고기일 일정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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