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권 금리, 15년만에 4% 돌파..머니 무브 일어날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 9. 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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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채권 금리 상승이 증시를 위협하는 최대 강적으로 급부상했다.

올들어 국채수익률은 증시의 향방을 예고해주는 선행지표였다.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뒤따라 증시가 하락하고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면 얼마 뒤 증시가 상승했다.

일례로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지난 8월2일 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자 나스닥지수는 8월15일, S&P500지수는 16일에 고점을 찍고 조정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제 채권이 증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데서 더 나아가 증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는 점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1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07년 10월31일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2년물 국채수악률도 3.871%로 오르며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458%로 지난 6월14일에 기록한 올들어 고점에 근접했다.

이에 대해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현금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머니마켓펀드(MMF) 금리도 일부 2%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올초까지 제로(0) 금리를 유지하면서 은행 예금이나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MMF는 이자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주식이나 장기 채권에 투자되지 않은 현금은 이자도 없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 가치가 점점 줄어드는 '쓰레기 자산'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현금 상당 자산인 MMF에서 연 2%, 1년이 지나면 원금을 상환받는 1년 만기 국채에서 연 4%의 이자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큰 변동성을 보이며 리스크가 높아진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MMF나 단기 채권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자금 이동(머니 무브, money move)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 특히 기술주가 급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며 저가 매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개미들, 주가 폭락 때 과감한 매수
실제로 미국의 지난 8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실망스럽게 나와 증시가 3~5% 급락했던 지난 13일, 개인 투자들은 과감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 ETF(상장지수펀드)와 기술주를 쓸어 담았다.

반다 리서치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3일에 미국에 상장된 증권을 20억달러어치 사들였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26억달러를 순매수했던 지난 5월5일에 이어 올들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각각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에 집중됐고 일부는 애플과 테슬라 등에 흘러 들어갔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는 대부분 오후 늦게 이뤄졌고 특히 장 마감 10분을 남겨 놓고 폭발했다. 증시가 폭락하는 것을 지켜보다 "이 때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주식 쇼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다 리서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시장과 반대로 움직인다"며 "그들은 증시가 하락하는 날 사고 상승하는 날 매수 규모를 줄이거나 주식을 판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올해 2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던 지난 2분기에 지속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을 키웠다.

이번에도 증시가 단기간에 반등하지 않는다면 지난 13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쇼핑은 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항복 않는 개미, 길어지는 조정
지난 13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는 시장 심리적으로도 부정적이다.

증시 바닥은 개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투자할 의욕을 잃고 두 손 들고 증시를 떠날 때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바닥을 의미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항복(커피출레이션, capitulation)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 증시 조정은 좀더 이어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 반등의 계기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오는 20~2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다.

이번 FOMC에서는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3번 연속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나면 더 이상 이처럼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세게 매를 맞고 나면 더 센 매는 없을 것이란 기대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은 이미 정점을 쳤는데 연준이 과도하게 금리를 올려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식 투자자들에겐 믿는 구석이 되고 있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경제에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이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과잉긴축 vs 인플레 장기화
CNBC에 따르면 SMBC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트럼프 행정부 때 경제 자문을 지냈던 조셉 라보그너는 "내 생각에는 연준이 이미 금리를 지나치게 올렸다"며 "(이 결과) 경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하드 랜딩(경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우드 캐피탈그룹의 CEO(최고경영자)인 배리 스턴리트도 CNBC에 출연해 "연준이 긴축을 계속하면 심각한 경제 침체를 초래할 것이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지난 8월 CPI를 비롯해 지금 나오는 물가지표들은 "한참 지난 과거 수치"라고 일축했다.

RBC 캐피탈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톰 포셀리 역시 보고서에서 연준이 지난해 후행지표인 실업률만 보고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이라고 오판했듯 지금은 또 다른 후행지표인 인플레이션만 보고 또 다른 실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이 "이번에는 과잉 긴축으로 필요 이상으로 경제 성장세를 대폭 둔화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런 과잉 긴축에 대한 경고를 귀담아 들을 것 같지는 않다. 그를 비롯한 연준 주요 인사들은 반복해서 인플레이션 하락이 최우선 과제이며 물가 상승 압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경제 성장세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또 너무 빨리 긴축을 중단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가는 실책을 막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과잉 긴축을 우려하는 사람들과 정반대로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는 인플레이션이 향후 10년간 4.5~5% 수준을 유지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떨어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언제나 팩트는 한 가지이고 현실은 하나다. 그러나 해석은 제각각이고 누구 해석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해석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혼란과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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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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