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죽자 "심장 크기 3100캐럿 다이아몬드 돌려줘".. 남아공의 절규

김현우 2022. 9.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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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장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엔 여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왕관(Imperial State Crown)과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인 홀(Sceptre)이 놓인다.

왕관과 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3,106캐럿) 원석인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컬리넌 다이아몬드를 남아공 박물관에 반환하라는 온라인 청원서에 남아공 국민 6,000여 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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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넌 다이아, 식민 시절 영국 국왕에 선물
조각 내기 전 원석은 3,106캐럿.. 세계 최대 
영국 왕실 소유 왕관과 지팡이 장식에 사용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에도 등장 예정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놓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 '왕관(Imperial State Crown)'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장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엔 여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왕관(Imperial State Crown)과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인 홀(Sceptre)이 놓인다. 왕관과 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3,106캐럿) 원석인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다.

장례식을 앞두고 컬리넌 다이아몬드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반환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식민지 시절 영국이 약탈한 ‘블러드 다이아몬드’이며, 이의 반환이 식민 역사 청산이라고 남아공인들은 주장한다.


남아공인 6000명 "컬리넌 다이아몬드 반환하라" 청원

'왕관(Imperial State Crown)'의 가운데 박힌 커다랗고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컬리넌 다이아몬드' 원석에서 커팅해 세공해서 만든 314캐럿짜리 보석이다. 에드워드 7세 전 영국 국왕은 ‘아프리카의 더 작은 별(the Smaller Star of Africa)’이라고 이름 붙였다. 영국 왕실재단인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 홈페이지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컬리넌 다이아몬드를 남아공 박물관에 반환하라는 온라인 청원서에 남아공 국민 6,000여 명이 서명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최근 여왕을 기리는 글을 올리자 "다이아몬드를 언제 반환할지 물어는 봤느냐” “새 왕인 찰스 3세의 첫 번째 의무는 다이아몬드의 반환” 같은 까칠한 댓글이 달렸다.

사람 심장과 비슷한 크기였던 컬리넌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1905년 1월 남아공의 광산에서 발견됐다. 광산 운영자의 이름이 토머스 컬리넌이었다. 영국 왕실재단인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가 1907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66세 생일에 맞춰 선물하면서 왕실 소유가 됐다.

왕실은 원석을 네덜란드의 세공 업체에 보내 큰 조각 9개와 작은 조각 96개로 쪼갰다. 에드워드 7세는 가장 큰 조각(530캐럿)에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the Great Star of Africa)’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홀에 장식했다. 두 번째로 큰 조각(314캐럿)은 ‘아프리카의 더 작은 별(the Smaller Star of Africa)’라고 명명하고 왕관 장식에 썼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영국 왕실 공식 행사의 오브제였다. 엘리자베스 2세도 1953년 6월 대관식에서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영롱하게 빛나는 왕관을 쓰고 홀을 들었다.


"식민지배 아래에서 이뤄진 거래는 모두 불법"

영국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인 '홀(Sceptre)'에는 '컬리넌 다이아몬드' 원석에서 커팅한 것 중 가장 큰 53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장식됐다. 에드워드 7세 전 영국 국왕은 이를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the Great Star of Africa)’이라고 이름 붙였다. 영국 왕실재단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 홈페이지

남아공인들은 여왕의 장례식에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등장하는 것이 "영국의 엄혹한 식민 지배를 떠올리게 한다"며 반발한다. 그러나 영국 왕실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남아공 정부가 원석을 15만 달러에 구입해 에드워드 7세에게 선물한 것인 만큼 수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남아공 대학의 에베리스토 벤예라 아프리카 정치학 교수는 “식민지 시절 남아공 정부와 영국 왕실, 백인이 운영한 광산의 관계는 거대한 식민 체제의 일부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식민지배 아래에서 벌어지는 모든 거래는 불법적이며 부도덕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서 유물 긁어모아

1953년 6월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머리에는 왕관을, 손에는 홀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대영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거대한 식민지를 건설한 영국은 ‘장물 보관소’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영국 최대 국립 박물관인 대영박물관엔 800만 점 이상의 유물과 예술품이 전시돼 있지만, 상당수가 식민지에서 약탈한 것이다. 거센 반환 요구에 영국 런던 호니먼 박물관은 지난달 19세기 베닌 왕국에서 약탈한 유물 72점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돌려주기도 했다.

남아공 야당인 경제자유전사들(EEF)의 레이 안 매티스 대변인은 CNN방송에 “반환이라는 용어조차 영국 왕실에 우리가 컬리넌 다이아몬드를 빌려줬다는 뉘앙스가 있어 쓰고 싶지 않다”며 “영국이 소유한 방대한 유물은 식민 지배했던 국가들을 목 조른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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