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스토킹 관련법 보완 서둘러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은 시행 1년 남짓한 스토킹처벌법의 허점들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해놓은 점이다. 취지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자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계속할 빌미가 돼왔다. 이번 사건 피의자 전모씨(31) 역시 피해자의 고소에 “내 인생 망칠 거냐”며 수십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합의를 압박하다가 1심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피해자를 살해했다. 스토킹 막자는 법이 스토킹 피해를 키우는 모순이다.
스토킹처벌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흉기를 이용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의사불벌 조항 탓에 스토킹 사건은 기소 이후 36%가 공소기각으로 끝난다. 전체 범죄의 공소기각률이 1%인 데 비춰볼 때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달라는 가해자들의 압박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시달렸을지 가늠할 만하다. 신변안전 조치도 피해자가 신청해야 제공됐다. 이번 사건 피해자가 지난 3년간 받은 보호조치는 112 시스템상 안전조치 대상자로 한 달간 등록된 게 전부였다. 처벌 역시 솜방망이에 그쳤다. 가해자 구속비율은 법 시행 후 지난 6월까지 입건된 사람 중 6.2%에 불과하다. 기소된다 해도 실형은 드물고 대부분 벌금형·집행유예로 풀려난다.
피해자 관점에서 스토킹처벌법 개정·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에서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가해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스토킹 범죄 양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토킹은 상대방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소유물로 여기는 젠더폭력이다. 검경 등 수사기관과 법관들도 이를 깊이 새기고 수사·재판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에 진력해야 한다. 각 기업·기관은 여성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강남역 살인’ 이후 6년이 흘렀다. 여성은 시민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엄성을 보장받고 있는가? 성폭력은 법과 제도 정비만으로 근절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가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성평등 사회를 위해 꾸준히 나아갈 때만 성폭력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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