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 기조, 다시 점검해야 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면담하고 “양국이 공동의 이익을 확대해나가자”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2015년 이후 방한한 중국 최고위 인사로 김진표 국회의장과도 만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리 위원장 방문은 윤 대통령의 내주 영국 여왕 장례식 조문과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일본 등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먼저 생각해볼 것은 이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맞게 설정됐는지다.
취임 당시에 비해 더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측면에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의 의회 통과 후 전기차·배터리·반도체·바이오 제품의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한·미 동맹에 올인한 결과가 이런 것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11월 중간선거 후에도 이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중국도 미국에 맞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년7개월 만의 해외 방문에서 러시아·인도 등의 정상들을 만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하려는 의도이다. 한국을 향해선 미국 쪽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블록 ‘칩4’에 참여하더라도 이 협의체가 반중 동맹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결국 미·중 모두 자국 국익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쪽에 줄 서는 게 불가피하다고 여겼을 수 있다. 하지만 미·중은 양자택일 대상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국익 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다른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도 고민할 때가 됐다. 중국뿐 아니라 아세안, 일본, 호주 등과의 협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미국은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 기조를 정하는 데 길게는 6개월을 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가치외교’에 관한 약속을 했다. 지난 6월 부임한 주미대사가 경제안보와 관련한 미국 내 동향을 확인한 뒤 본국에 보고한 것이 8월이다. 외교정책은 대통령실 핵심 참모 몇몇이 단시간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관련 부처와 재외공관 보고를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기조를 정하고 부단히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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