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선거공작 자금 들어왔다" 이탈리아 정치권, 총선 앞두고 발칵
이탈리아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러시아의 ‘선거 공작 자금’이 이탈리아 극우 정당 쪽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고 현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중심이 된 우파 연합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폭로가 나오면서 이탈리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13일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전 세계 20여 국 정당 및 유력 정치인을 포섭하고,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최소 3억달러(약 4180억원)를 비밀리에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국가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발표 이후 이탈리아 정당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오랜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라 레푸블리카는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의 전 세계 정치 자금 후원 리스트에 이탈리아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러시아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히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우파 연합 진영의 지도자들이 유력한 인물로 거론됐다. 극우 정당 동맹(Lega)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과거 푸틴을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워 논란을 빚었다. 그는 최근에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러시아보다 유럽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제재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살비니 의원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RTL 라디오에 “나는 러시아로부터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면서 “수년간 조사가 이뤄졌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도 “증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한 신문사를 고소하겠다”고 맞섰다.
이번 폭로로 이탈리아 총선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우파 연합 승리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자금 수수 의혹 보도를 계기로 국민들 비판과 함께 좌파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는 14일 트위터에 “유권자들은 총선 전에 어느 정당이 푸틴의 지원을 받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썼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설사 선거 결과를 뒤집지 못하더라도 집권 세력에 분명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미국 국무부가 투하한 이 폭탄은 총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잘 판단하라는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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