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스타항공에 "혐의 없음" 처분..원희룡 장관 '책임론' 불가피

송진식 기자 2022. 9.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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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이스타항공 재무상태 속여 면허 받아" 경찰에 수사의뢰
경찰은 "재무상태 심사 의무 아니고, 고의성도 없어" 무혐의 판단
이스타항공 운항재개 수개월 째 미뤄져..원 장관 향해 '책임론' 일듯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28일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스타항공 회계자료 허위제출과 관련해 수사의뢰 방침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허위 회계자료를 내고 운송 면허를 받았다”며 이스타항공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단단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사건을 검토한 경찰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기때문이다. 국토부의 수사의뢰로 이스타항공의 경영난이 더 가중됐다는 ‘책임론’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6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이스타항공 의혹 관련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해당 사실을 통보해왔다.

앞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2월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대표자 변경)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이를 숨기고 면허를 받았다”며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7월28일 열린 이스타항공 수사의뢰 관련 브리핑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당시 원 장관은 “고의성이 확인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에 더해 이전 소유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스로 새 인수기업을 만나 작년말 면허를 다시 받았고, 올해 초 기업회생절차를 마쳐 운항재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국토부가 경찰 수사를 의뢰하며 운항재개를 위한 마지막 절차인 ‘항공운항증명(AOC)’ 면허 발급을 중단한 탓에 이스타항공의 운항재개는 기약없이 미뤄진 상태다.

이스타항공 “고의성 없어, 생계 막막”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시 이스타항공은 “고의적으로 자본잠식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개시가 늦어질 경우 항공기 도입 등 모든 절차의 차질이 불가피해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국토부에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도 지난달말 집회를 열고 “이스타항공의 재개만을 기다리는 협력사 직원들까지 2000여명이 넘는 근로자와 가족 등 수천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수사와 별개로 AOC 발급절차를 진행해달라”고 국토부에 재차 호소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8월2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면허발급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제공

국토부에 따르면 경찰은 이스타항공의 대표자 변경면허 심사 시 재무상태에 대한 심사 자체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스타항공이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나 동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원 장관이 지적한 ‘고의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스타항공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원 장관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토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당시부터 이미 “무리한 의뢰”라는 지적이 항공업계 등에서 잇따랐다. 겨우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면허를 재취득하려던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재무상태를 속여 심사를 받았을 가능성도 낮다고 업계는 봤다.

국토부 “경찰 판단 유감, AOC는 향후 심사”

경찰 처분에 대해 국토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국토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재무상태 심사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경찰 판단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제3자에 인수된 이스타항공이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절차상 문제 등으로 재수사 의뢰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혐의 없음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당장 AOC 발급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혀 이스타항공의 운항재개가 곧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항공운송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이스타항공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철저히 검토해 운항재개 허용 여부를 엄격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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