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법 사건' 무사히 넘긴 은수미 전 시장, '뇌물 혐의'로 실형 선고
기사내용 요약
재판부, 대부분 혐의 유죄로 인정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불신 초래"
은 전 시장, 법정서 한동안 한숨 내쉬어…"항소 통해 무죄 밝힐 것"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은수미 전 경기 성남시장이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자료를 받는 대가로 담당 경찰관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거쳐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최근까지 시장직을 유지해왔다.
'정자법 사건’으로 당선무효형에서 시장직 유지까지 고비 넘겨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성남중원경찰서는 2018년 10월 은 전 시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같은 해 12월 이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은 전 시장은 2019월 9월 열린 이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는 데 은 전 시장에겐 이보다 낮은 금액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은 전 시장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구형량 150만원보다 두 배 높은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선거에서 피고인이 성남시장에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공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보궐선거를 하는 막대한 사회적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정치인에게 누구보다 높은 준법의식이나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당선무효형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2020년 7월 은 전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2020년 10월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은 전 시장에게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은 전 시장은 해당 재판이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앞으로는 시정에 더욱 전념하겠다. 그게 시민들이 믿고 기다려주신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자법 위반 혐의 무사히 넘겼지만 ‘수사자료 유출’ 의혹에 부딪혀
은 전 시장 캠프 출신으로 그가 당선된 뒤 성남시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이모씨가 이른바 ‘수사자료 유출’, ‘서현도서관 부정채용’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씨는 이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은 전 시장이 수사자료를 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줬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이를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11월 뇌물공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은 전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은 전 시장은 전 성남시 정책보좌관 A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 B씨로부터 수사기밀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직권을 남용해 B씨 지인의 6급 팀장 보직 등 경제적 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또 B씨가 요구하는 업체와 성남시 납품계약 체결을 비롯해 B씨 상관인 C씨가 요구한 성남시 공무원에 대한 사무관 승진을 들어준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도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휴가비와 출장비,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A씨로부터 총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같은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67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은 전 시장의 혐의 중 수의계약 체결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를 제외한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책보좌관이 시장 직위 유지와 연결된 형사사건 수사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하고 담당 경찰관에게 인사 청탁, 계약 등 이익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행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면서 “성남시정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으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범행에 가담해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하 공무원으로부터 금품까지 받았음에도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이유를 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경찰관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행동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정구속을 선고받고 재판부로부터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은 전 시장은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법정에는 그의 선고공판을 지켜보려는 방청객들로 가득 차서 좌석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은 전 시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지난 40년 동안 이러한 판결을 받을만한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면서 "재판부는 증언으로만 이뤄진 검찰의 입장만 인정했는데 항소를 통해 저의 무죄를 밝혀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은 전 시장은 이번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 성남시장 재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변관리를 잘 하지 못해 구설수에 오르고 재판을 받는 것은 정말 죄송한 일이다. 불출마를 통해 온전히 책임을 지겠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은 전 시장은 이날 법정 구속됐지만 이른바 ‘서현도서관 부정채용 의혹’ 사건도 남아있는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은 전 시장을 검찰에 최근 불구속 송치했다.
은 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뒤 성남시가 운영하는 시립 서현도서관이 채용하는 공무직 선발과정에서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자원봉사자들이 뽑힐 수 있도록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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