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중국 서열3위 만나 "사드, 한·중 걸림돌 되지 않게 해야"
리잔수, 상호 예민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 필요성에 공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한·중 갈등 이슈인 사드 문제를 언급하면서 양국의 소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리 상무위원장을 1시간10분간 접견하면서 “최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논의됐듯이 양측이 서로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리 위원장은 “상호 예민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사드 문제는 한·중 관계의 핵심 뇌관으로 꼽힌다.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양국은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는 이견을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사드 기지 정상화 방침을 세우고 속도를 내고 있어 양국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중국 고위급 인사에게 사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넘어 양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방한도 거듭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언급하고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해 질적으로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초청을 시 주석에서 정확하게 보고하겠다”면서 윤 대통령의 방중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도 테이블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추진 의지를 강조하자 리 위원장은 “한국 정부 구상을 더욱 잘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리 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하자 “역내와 국제사회에서 한·중 간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화답했다.
중국 상무위원장은 한국의 국회의장격으로 시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에 이어 서열 3위로 평가된다. 리 위원장은 전날 66명의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번 방한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김진표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 예방에 앞서 국회에서 김 의장과 회담했다. 두 사람은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김 의장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리 위원장은 김 의장이 한·중·일 국회의장회의를 제안한 데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또 민감한 사안인 사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중·한관계가 서로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중·한 고위급 교류를 강화를 말했다.그는 “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적 리드 하에, 양국 각계 인사의 공동 노력 하에 한·중 관계의 더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반드시 안정적이고 건전한 양국 관계의 황금 30년을 열 것”이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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