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김환기 두 천재의 아내 김향안, 인생 자체가 예술"

강진아 2022. 9. 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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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는다.'

이어 "단순히 예술가의 아내로만 산 게 아니라 이상 시인을 만나 글을 쓰고, 김환기 화백을 만나 그림을 그린다. 사실 이상을 (결혼생활) 3개월 만에 떠나보내고 다시 예술가와 사랑한다는 게 저 같으면 두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용기있게 그 손을 잡는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두 예술가와의 결혼이 글 그리고 그림과의 결혼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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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뮤지컬 '라흐헤스트' 6일 개막
향안과 젊은시절 동림 삶 교차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흐 헤스트'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주연(왼쪽), 제이민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16.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는다.'

2004년 2월29일 그리고 1936년 2월29일.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김향안과 반짝반짝 빛나는 눈의 21살 동림(김향안의 본명)은 수첩을 펴들고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시인 이상과 김환기 화백의 아내로 알려져있는 김향안의 삶이 무대 위에 피어난다. 지난 6일 대학로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흐헤스트'는 두 천재 예술가와 열렬히 사랑하고, 쓰고 그리는 삶을 지나 예술을 향해 나아갔던 김향안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상을 만난 20살 시절의 동림과 김환기를 만나 여생을 함께한 향안의 시간이 역순으로 교차된다. 1936년 다방에서 처음 만난 동림과 이상의 풋풋한 설렘이 시작된다. 이어 1988년 자신의 개인전에서 환기를 떠나보낸 후 붓을 들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70대 향안이 등장한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흐 헤스트' 프레스콜에서 배우 제이민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16. kch0523@newsis.com

김한솔 작가는 1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두 예술가가 사랑한 사람이 어떤 분일까 궁금했는데, 너무 멋있는 분이었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예술가의 아내로만 산 게 아니라 이상 시인을 만나 글을 쓰고, 김환기 화백을 만나 그림을 그린다. 사실 이상을 (결혼생활) 3개월 만에 떠나보내고 다시 예술가와 사랑한다는 게 저 같으면 두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용기있게 그 손을 잡는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두 예술가와의 결혼이 글 그리고 그림과의 결혼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실존 인물인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김 작가는 "실존 인물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공부를 많이 했다"며 "특히 환기재단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대본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흐 헤스트' 프레스콜에서 배우 임찬민(왼쪽), 안지환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16. kch0523@newsis.com

연극이 아닌 뮤지컬을 택한 이유도 밝혔다. "그 (삶의) 아름다움을 전하려면 글뿐만 아니라 음악이 꼭 필요했다"고 했다.

서정적인 음악으로 드라마의 여운을 더한 문혜성 작곡가는 "등장인물 네 명이 예술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동림은 예술을 동경했고, 향안은 예술을 존중했다. 이상은 예술을 숨으로, 김환기는 예술을 삶으로 여겼다"며 "예술에 대한 태도를 음악적 언어에 어떻게 풀어낼까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향안과 동림은 같은 인물이지만, 두 인물처럼 등장한다. 김은영 연출은 "두 사람으로 나눠 극적으로 표현했다"며 "동림과 향안의 만남은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미래의 나를 응원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흐 헤스트' 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영수(왼쪽), 이지숙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16. kch0523@newsis.com

소극장 무대이지만 다채로운 영상과 조명을 활용해 시공간을 넘나든다. 김 연출은 "작품에서 계속 거론되는 점과 선에서 출발했다. 점과 선은 이어져있다. 공간 자체는 향안의 기억, 기록의 공간으로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표현했다. 영상으로 빛깔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향안' 역은 이지숙, 제이민, '동림' 역은 임찬민, 김주연, 최지혜가 연기한다. '환기' 역은 박영수, 이준혁, 양지원, '이상' 역은 안지환, 임진섭이 맡았다.

제이민은 "잔잔한 호수처럼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연"이라며 "살면서 한번씩 과거의 나를 생각하고, 미래의 나를 응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저는 물론 모두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흐 헤스트'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준혁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16. kch0523@newsis.com

임찬민은 "2년 전 리딩으로 이 작품을 만났다. 이 여인의 삶이 너무 귀하고 아름다웠다. 찰나를 영원처럼 산 분"이라며 "작품 안에 만남과 이별이 많이 녹아있어 사실 연습하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준혁도 "이 작품은 '아름답다'는 단어 하나로 잘 보여진다고 확신한다. 아련함, 서정적인 감정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13일까지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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