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파업 5대銀 참여 0.8% 그쳐..은행 혼란 없었다(종합 2보)
공공기관 개혁·부산 본점 이전 반대하는 기은·산은 등 대거 참여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6일 6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으나 5대 은행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일선 지점에서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반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여해 정부의 금융공기업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기업은행 지점 중에는 점장·부지점장 단 2명이 영업점을 지키는 곳도 있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노조 파업 관련 은행권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NH농협·산업·기업·수출입·부산·경남·광주·전북·대구·제주·수협 등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 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약 9807명, 파업 참여율은 9.4%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참여율은 0.8%로 저조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총파업에 참여했다.
이는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근로시간(노동시간) 단축 △점포폐쇄 중단 등이 시중은행 노조원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던 탓으로 분석된다.
금융노조는 물가상승률 전망치 만큼의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시범근무를 주로 요구하고 있다. 임금인상률은 종전 6.1%에서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주 4.5일제는 일부 직원만 1년간 시범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노조원들은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소위 '귀족 노조'라 불리는 부정적인 여론을 더 의식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는 것만큼 급여가 오르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급여, 퇴직금 수준이 더 낫다는 평가도 사실"이라며 "코로나19로 단축된 영업시간 정책도 지속하고 있어 자리를 비우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참여율이 35~40%로 높았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혁신안은 정원 감축, 경비·업무추진비 예산 삭감, 불필요 자산 매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노사가 본점 부산 이전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산업은행 노조의 경우 전체 직원의 47%인 1600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직원의 상반된 파업 참여율에 따라 영업점 분위기도 엇갈렸다. 5대 은행 창구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됐으나 국책은행 창구에는 ‘자리 비움’을 알리는 팻말만이 놓였다.
실제 서울 남대문 인근의 한 기업은행 지점은 8석의 창구 자리가 모두 비었다. 지점장, 부지점장 등 직원 2명이 고객을 맞았다. 근처 다른 영업점도 창구 10석 중 2석에서만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직원 다수가 빠질 것이 예상되면서 기업은행 영업점들은 전날 파업 안내문을 내 업무 장애를 미리 공지했고, 이날은 본점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비노조원의 업무 지원을 받았다.
기업 고객 중심인 산업은행은 사전에 거래사와 일정을 미리 조율해 영업을 하는데, 고객들과 사전 조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 불편이 없도록 이날 업무가 예정된 고객들에게 미리 안내를 하고 조정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전산망 가동에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금감원은 이날 모든 은행의 전산센터가 정상 가동됐으며, 시스템 지연 또는 중단 등에 의한 고객 피해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17개 은행의 전체 IT인력 가운데 파업 참여자 수는 약 539명로 파업 참여율은 8.6%에 그쳤다. 금융노조 조합원 대비로는 13.9% 수준이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경찰 측 추산 1만여명, 노조 측 추산 3만여명이 모였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16일 9시부터 총파업을 선언한다"며 "노동개악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점포와 인력을 줄이며 주주배당만 늘리려는 사용자에 맞서 금융공공성을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투쟁"을 외치며 화답했다.
집회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숭례문, 서울역을 거쳐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까지 행진했다. 금융노조는 행진 후 주요 요구 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하고 오후 1시30분 해산했다.
대규모 집회와 행진으로 인해 광화문과 숭례문 일대는 한때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후 12시10분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세종대로 하행(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은 시속 2~24㎞, 한강대로 하행(서울역에서 한강대교)은 시속 3~14㎞의 정체를 보였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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