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감방으로, 피해자 일상으로"..신당역 가득 채운 '안타까움'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얼마나 더 죽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16일 오후 신당역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을 찾은 직장인 윤모씨(31·여)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윤씨는"이번 피해자는 이미 가해자에게 스토킹까지 당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죽은 피해자가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과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지 않냐"며 "비슷한 사건은 반복되는데 왜 예방을 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언제까지 우리는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냐"고 한탄했다.
말을 마친 윤씨는 현장에 마련된 책상 위에 조화를 놓는 순간 결국 참았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스토킹과 불법촬영 피해자인 20대 여성 역무원이 가해자에게 살해당한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 추모 공간에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정치인, 종교인 포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화장실 앞 추모공간에는 조화를 둘 수 있는 테이블과 함께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는 추모의 벽이 마련됐다. 이날 오후 4시쯤 테이블에는 이미 수십개의 조화와 함께 커피 초콜릿 등이 쌓여있었고 추모의 벽은 시민들의 진심어린 마지막 인사로 빼곡했다. 시민들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복도 붙어 있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 화장실' 간판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제도에 대한 아쉬움 등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추모의 벽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미안해요. 다음엔 행복한 세상에서 만나요", "'가해자는 감방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왜 이 간단한 전제가 통하지 않나", "그곳에선 아프지 말길",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날 직장에 반차를 내고 추모공간을 찾은 20대 이모씨는 "나도 대학시절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어 피해자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며 "스토킹 당하는 고통의 끔찍함을 알기에 피해자가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이미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분명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라며 말을 끝맷지 못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왔다는 60대 임모씨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가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꽃다운 나이에 빛을 보지 못하고 안타까운 일을 당해 너무 슬프다"며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어제 사건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쳐 이렇게 오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국가든 경찰이든 정치인이든 누구라도 붙잡고 애원하고 싶다"며 "그럼에도 피해자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들 뿐만 아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인들과 조계종 총무원장 당선인 진우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도 추모 현장을 찾아 피해자의 안타까움 죽음을 애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김 장관은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사건이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실제로 피해자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상의해 오늘 상정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빠르게 통과시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현장을 찾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는데 서울교통공사는 정말 철저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진우스님은 오후 4시쯤 현장을 찾아 "예방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스토킹 범죄 등의) 예방책 마련에 종단에서 최선의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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