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흑인 인어공주의 등장..캐릭터의 다양성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캐스팅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조희정 교수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지난 10일이었죠, 디즈니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예고편이 처음으로 공개가 됐는데요.
공개되고 나서 유튜브에 실어요가 무려 190만 개나 됐다고 합니다.
조희정 교수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네, 맞습니다. 지금 방금 다시 확인해 보니까 '좋아요' 수가 한 90만 인 것에 비해서 거의 2배 넘는 수가 여기에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텐데, 무려 이런 논란이 2019년도부터 이어졌습니다.
2019년도에 인어공주 실사판이 촬영 전 캐스팅 발표를 했는데요.
이 단계 때부터 '블랙 워싱' 논란이 일었습니다.
블랙 워싱이라는 건 원래 백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팬들은 1989년도의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붉은 머리에 밝은 피부색을 가진 인어공주 애리얼을 흑인인 할리 베일리라는 배우이자 가수가 연기하면 원작을 해칠 것이다, 이렇게 지적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SNS에 '#NotMyAriel'이라는 그런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질 정도였는데요.
이번에도 역시나 논란이 어김없이 거셉니다.
이혜정 앵커
사실 몇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는 이런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들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흥미롭긴 합니다.
금발의 백인 남성들이 만든 게 당연했던 히어로 캐릭터의 백인 흑인과 또 여성 다양한 인종들 성소수자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조희정 교수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마블에서 첫 무슬림 히어로를 탄생시켰던 디즈니+의 '미즈마블'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번 논란에 대해서 디즈니 측이 공식 계정을 통해서 뭐라고 밝혔냐면, "인어공주의 원작자(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역시 덴마크 사람이었고, 흑인인 덴마크인이 있는 것처럼 덴마크 인어 또한 흑인일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덴마크 흑인과 인어도 유전적으로 빨간 머리를 가질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또 디즈니는 작년에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주인공으로 할리 베일리에 이어서 백설공주에서는 라틴계 배우예요, 레이첼 지글러를 캐스팅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말 그대로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스노우 화이트', 백설공주가 더 이상 백설공주가 아닌 셈이 되었죠.
이혜정 앵커
네, 우리는 하얀 피부, 빨간 머리, 이렇게 생각을 해요.
인어공주, 백설공주는 이름부터 하얀 피부일 것이다, 이렇게 고착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희정 교수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사실 이런 실사 영화가 원작을 헤쳤다, 디즈니의 다양한 획득, 시도가 기계적이다, 백인이 어떤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꾼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게 아니다 등 여러 가지 비난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콘텐츠 향유의 측면이라는 부분에서는 원 애니메이션 저작권자인 디즈니의 선택을 조금 너그럽게, 여유 있게 지켜보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사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을 다시 한 번 다른 매체로 트랜스 미디어를 통해서 다른 스토리 리텔링을 한다는 게 단지 이 원작의 싱크로율을 100%로 다시 복원해 낸다는 의미는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백설공주의 예를 한번 들어보면 1937년도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나왔어요.
이게 원작이 아니라 이 애니메이션 또한 1812년도에 독일 민담에서 유래된 그림동화에서 처음 수록이 되어서 원작으로 처음에 나온 그런 작품이죠.
이렇게 유명한 동화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백설공주의 내용을 이렇게 재해석해서 다시 쓰거나 패러디를 만들어서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만화, 뮤지컬 다양한 작품에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도 나왔고요, 뮤지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한국적인 색채로 담아냈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는 이런 시도들을 조금 다양성에 한 측면으로 조금 봐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혜정 앵커
그런데, 원래 그림동화 원작에서는 백설공주가 나이가 7살이었다고 해요.
조희정 교수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림동화에서는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고 한 시기가 7살이었어요.
그런데 이 당시에는 7살이 소녀에서 숙녀로 변해가는 시기라고 사회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용을 보면 왕비가 질투해서 너무 예뻐서 죽이려고 했다는 그 나이가 7살인 셈이잖아요.
이게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죠.
그래서 현대에서는 백설공주가 보통은 10대 중후반에 가장 아름다운 외모가 되었다는 식으로 연령대를 원작보다 높이는 버전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또 바바라 J. 워커의 '흑설공주'라는 소설이 있어요.
여기에서 사실은 계모가 착하고 현명한 여자였다는 설정을 가진 그런 작품도 있거든요.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보면 작품 내에서 나오는 그런 캐릭터나 배경 이것은 물론이고 스토리라인이 하나로 정확하게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요.
이처럼 원작을 재해석해서 다른 미디어로 재창작하는 것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데, 이 관점에서 본다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원작을 얼마나 충실하게 복원했느냐, 이게 아니라 창작자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 그리고 대중과 나누고자 하는 그 시대적인 메시지가 무엇인가, 이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훨씬 조금 더 즐겁게 작품을 감상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분명한 건 이번에 디즈니의 실사 영화가 나오면서 콘텐츠를 둘러싼 대중들의 어떤 논의 고민, 이런 게 좀 더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조희정 교수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맞습니다. 사실 이번 실사 영화 주인공이 애니메이션 원작 주인공 캐릭터랑 얼마나 유사하냐, 아니면 그렇지 않냐, 도대체 얼만큼 유사한 배우를 캐스팅했냐, 이 정도의 어떤 1차적인 담론에서 그친 게 아니라, 한 번쯤은 오랜 시간에 대중에게 사랑 받아온 공주님의 전형성이 있는데, 뿌리 깊은 그런 상징성이기도 하잖아요.
그게 과연 그런 백설공주와 인어공주로 대변되면서 정말 이게 백인이었을까, 혹은 백인이 가지고 있는 그런 상징성들이 있잖아요.
혹은 반드시 백인이어야 했을까로 확장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논란을 둘러싸고 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흑인 소녀들이 이런 이번에 어떤 디즈니의 시도를 두고 굉장히 반가워하고 뭔가 또 새롭게 뒤집어 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살펴보면 이번에 어떤 이슈들이 대중들에게는 어떤 가치 판단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어공주 실사 영화는 내년에 개봉이 되고요.
백설공주 실사 영화는 내후년에 개봉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의 논의보다는 그때쯤에 우리 각자가 가진 생각이 좀 어느 정도 정리가 돼서 사회적인 담론이라든지 토론의 어떤 수준 논의의 그런 깊이, 이런 것들이 조금 더 성숙해지기를 조금 기대해 봅니다.
이혜정 앵커
네, 우리가 기대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있기는 해요.
이런 전형성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