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여중생 친족 성폭력 사건, 핵심은 '진술 신빙성'

진태희 기자 2022. 9. 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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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에서 성폭력 피해로 괴로워하던 여중생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여중생들은, 가해자의 의붓딸과 그 친구였습니다. 


EBS는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의 현실과 지원 과제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회유와 보복에 노출되고, 그래서, 제대로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전해드렸는데, 어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이 여중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죠, 50대 의붓아버지에게 징역 25년형을 확정 선고했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해온 진태희 기자와 그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진술 신빙성'을 인정한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피해아동을, 아름이, 가명입니다만, 그렇게 불러왔습니다. 


아름이의 진술을 믿을 수 있다, 이렇게 판결한 거죠?


진태희 기자 

유족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정신과 상담 과정, 경찰 조사 등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의붓딸 '아름이'(가명)는 처음에 성폭행 사실을 정신과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털어놨다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을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고, 해바라기센터 조사에서도 성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술이 번복된 건데요. 


이런 이유로 1심에선 강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름이가 진술 당시 범행 도구나 자세, 강간 범행 등을 당한 경위를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진술에서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이혜정 앵커 

친족 성폭력 사건의 경우, 특히나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진태희 기자 

성범죄 사건 대부분은 피해자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동의 경우 진술 능력을 의심받거나, 학대 행위자가 함께 사는 친족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나 주변인의 압박으로 피해자가 진술을 축소, 철회하는 사례가 자주 있는데요. 


이번 청주 여중생 사건 역시, 구속영장이 반려되면서, 의붓아버지가 경찰 조사를 받던 당시에도 아름이와 분리되지 않고 한집에서 살다 보니 가족의 협박과 회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학대와 폭력 속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성장하다 보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합니다.


이혜정 앵커  

이번 대법원 판결 직후 유족들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입장, 어떻습니까?


진태희 기자 

대법원 판결 직후, 의붓딸 친구인 '미소' 아버지는 딸에게 "너무 많이 늦었지만 진실을 밝혔다"는 말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징역 25년형에 대해선 아쉬우면서도, 진술 일관성이 인정된 데에는 대법원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유가족 측은 부실 수사를 이유로 국가와 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앞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의붓아버지가 1심에서 일부 무죄를 받자, 유족들이 피해 여중생들이 진술했던 범행 도구를 직접 찾거나, SNS의 대화·통화 내용을 직접 모아 제출했는데요. 


유족들은 "우리가 발견한 증거를 수사기관이 찾아내지 못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유가족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미소(가명)' 유가족

"피해자가 수사해서 (증거를 모은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나름대로 고생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최소한 부모로서 할 도리는 다했다, 그런 안도감은 들죠. 정의로운 판결로 남아서 동종 범죄가 줄어들거나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혜정 앵커  

친족 성범죄 사건, 참 많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성범죄 사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진태희 기자 

일단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수사 과정에서 '친족 성범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분리해 증거 인멸 가능성을 줄이고, 특히 피해자 중에서도 아동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 평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저희가 보도했던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에 대한 '입법 공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중에서도 아동이 많은 만큼, 갑작스러운 분리가 공포감을 줄 수 있어 전문적으로 분리 여부를 결정하는 협의체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국회에선 여전히 관련 법안 모두가 계류 중이어서 더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혜정 앵커 

전체 성폭력 상담 건수의 15%는 가해자가 가족이나 친인척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진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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