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안과 밖 모두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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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하다.
아침마다 아버지 출근하실 때,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했지만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안녕히 돌아올 수 있을까? 물론, 매머드 사냥 나가는 원시인의 심정같이 쫄깃한 기분은 아니지만 손 흔드는 아들 녀석을 물끄러미 보며 상념에 빠질 때도 있다.
갓 부임한 생태학 선생님이 아마존 밀림에서 땟국물 흘리며 모기 반, 쌀알 반인 솥밥을 해 먹었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었을 때는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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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발견
이불 밖은 위험하다. 아침마다 아버지 출근하실 때,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했지만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아빠가 되어서는 가끔 비장해진다. 안녕히 돌아올 수 있을까? 물론, 매머드 사냥 나가는 원시인의 심정같이 쫄깃한 기분은 아니지만 손 흔드는 아들 녀석을 물끄러미 보며 상념에 빠질 때도 있다. 비행기 타고 나라 밖으로 나서는 길이라면 감정은 더 짙어진다.
갓 부임한 생태학 선생님이 아마존 밀림에서 땟국물 흘리며 모기 반, 쌀알 반인 솥밥을 해 먹었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었을 때는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남의 일이라 편하게 생각한 탓이다. 실제로는 게으르고 나약한 직장인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혹은 두려운 상황이 아닐까? 그 직장인이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은, 갖춰진 캠핑장에서 쪽잠을 자는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부잣집 도련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1799년부터 5년간, 남미 대륙을 탐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화 <자연의 발견>을 읽으면서 무엇이 그를 험난한 오지로 이끈 것일지 계속 궁금했다.
훔볼트가 집을 나서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그 고생이 발바닥 그림 한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위를 헛디뎌 멍든 자국, 피라냐에 뜯겨서 생긴 상처, 덤불에 긁힌 흔적, 선인장 가시에 찔린 구멍, 대나무에 베인 흉터, 이유를 기억도 하지 못하는 굳은살과 자잘한 상처가 빼곡하다. 열병에 시달리고 배탈에 볶이면서 모험을 계속한다. 그는 남색이란 수군거림을 감수하면서 결혼도 마다했는데, 모험을 그만두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환난을 감수한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을, 그리고 자연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었고 갈망했다.”
그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모으고 가능하면 모든 것을 측정했다. 늘 옮겨 다녀야 하는 모험에서 거추장스러웠을 텐데도 개의치 않고 측정을 위해서 많은 장비를 이고 지고 다녔다.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 가스는 엄청나게 뜨거웠다. 온도를 재고 싶었지만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이전의 과학자들은 자연을 ‘분류’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훔볼트는 ‘분류’한 것들을 다시 이어서 전체를 보는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본 자연계는 서로 연결된 전체이자 전지구적인 힘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훔볼트 이후에도 200여년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지엽적인 것에만 매달리다 지구 전체를 관통하는 연결과 관계를 놓쳤다는 것이다.
관계를 가볍게 여긴 대가는 끔찍하다. 다른 생명들을 다 죽일 수 있는 약물을 자연에 풀어놓고 지구의 온도를 변화시킬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살포했다. 관계의 연쇄 작용이 완화시킨 효과 속에서 발전이라 여기며 콧노래를 불렀지만, 실제로는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 물이 점점 뜨거워져 스스로를 삶아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지금,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관점을 훔볼트는 가지고 있었다. 백인 남성에서 유색인종, 여성, 반려종과 더 다양한 생명들, 그리고 우리의 운명과 뗄 수 없도록 엉켜 있는 사물들까지, 우리의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 넓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 아름다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불 속도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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