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언제쯤 독일을 본받을까

박병수 2022. 9. 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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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치의 전쟁범죄에 대해 꾸준히 반성해온 독일 정부가 15일(현지시각) 또다시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추가 보상·배상안을 내놓았다.

독일이 1952년 9월 처음으로 이스라엘 정부, 유대인 단체와 '룩셈부르크 합의'를 맺은 뒤 나치의 유대인 집단수용 및 학살 등 홀로코스트 전범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상·배상을 해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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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왼쪽)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과거 나치의 전쟁범죄에 대해 꾸준히 반성해온 독일 정부가 15일(현지시각) 또다시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추가 보상·배상안을 내놓았다. 현재 생존해 있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약 28만명의 노후 돌봄을 위해 13억유로(1조8천억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유대인 피해자 8500명도 포함된다.

독일이 1952년 9월 처음으로 이스라엘 정부, 유대인 단체와 ‘룩셈부르크 합의’를 맺은 뒤 나치의 유대인 집단수용 및 학살 등 홀로코스트 전범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상·배상을 해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일은 이 합의에서 국가의 집단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개인에게 보상·배상을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이후 독일이 유대인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배상금은 800억유로(112조원)가 넘는다. 독일은 나치의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2000년 들어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을 설립해 89개 나라의 피해자 65만여명에게 44억유로(6조1450억원)를 지급했다.

이런 독일의 태도는 최근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음에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나몰라라’ 하는 일본의 안하무인 태도와 크게 비교된다. 일본은 심지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을 규제하는 보복조처까지 하지 않았던가.

독일이라고 처음부터 과거의 잘못을 선뜻 인정하고 적극 보상·배상에 나섰던 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엔 독일 사회에도 과거를 외면하고 기억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룩셈부르크 합의 당시만 해도 유대인 피해 배상에 찬성하는 여론은 11% 정도에 그쳤고, 독일 경제계는 유대인에 대한 보상·배상이 아랍국가와의 사업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로비를 벌였다. 콘라트 아데나워 당시 총리는 의회에서 보수 집권당인 기독교민주연합 의원들의 반란표에 부딪혀 야당인 사회민주당 등 진보세력의 찬성표에 기대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그러나 이후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대중에 널리 알려지며 과거 나치 범죄에 대한 도덕적 역사적 책임의식은 독일 사회의 컨센서스가 된다.

독일은 이날 또 역사 교육에 앞으로 3년 동안 약 1억유로(1396억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과 유럽의 젊은 세대 대다수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증언할 생존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나치의 범죄를 청소년들에게 교육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정장관은 “오늘날 우리에게 (나치 범죄에 대한) 개인적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과거 독일의 이름으로 한 일에 대한 도덕적 의무와 역사적 책임은 있다”며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과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고 뻔뻔스럽게 강변했던 것과 너무 다른 역사인식이 아닐 수 없다.

박병수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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