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멈추고싶던 비극 집념으로 발굴한 희망

한겨레 2022. 9. 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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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뉴스에서 전쟁을 만난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시리아 등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모습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임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단편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감독은 이런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일상의 기쁨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무기력과 절망이 다가오지만, 삶에 대한 희망 역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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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
사마에게
엣나인필름 제공

종종 뉴스에서 전쟁을 만난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시리아 등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모습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임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단편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폭격의 참상은 조각 난 클립들로 이뤄진 짧은 월드뉴스로 전달되어, 마치 게임이나 가상현실 같을 때도 있다. 비극은 적당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내가 살아가는 일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다큐멘터리는 전쟁의 고통을 몸으로 통과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마에게>(와드 카팁, 에드워드 와츠, 2019)가 바로 그런 다큐멘터리이다. 주인공이자 감독인 와드는 2012년부터 시리아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내전을 겪게 된 가족과 친구들의 일상을 낱낱이 기록했다. 저널리스트였던 와드는 함께 싸우던 동지인 의사 함자와 결혼을 하고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딸 ‘사마’를 낳는다. 사마는 하늘이라는 뜻이다. 영화는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어머니 와드가 사마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기도문과 같다. 와드가 촬영한 화면에는 함자가 근무하는 병원이 주로 등장한다. 국제사회가 포위된 알레포를 외면하고, 심지어 독재정권을 돕는 러시아의 공습이 일어나며 병원 안은 점점 환자로 넘쳐난다. 바닥엔 피가 흥건하다. 급기야 병원마저 폭격을 당한다. 그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집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떨어진 폭탄으로 의식을 잃은 동생을 안고 온,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형이 눈물을 흘리는 순간에는 화면을 멈추고 싶어진다.

엣나인필름 제공

감독은 이런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일상의 기쁨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포위 때문에 음식이 제한된 속에서 남편이 가져온 감 한알을 가지고 뛸 듯이 기뻐하는 친구의 얼굴 속에서 전쟁이 과연 무엇을 파괴하고 있는지를 와드의 카메라는 꼼꼼히 짚어낸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무기력과 절망이 다가오지만, 삶에 대한 희망 역시 찾아온다. 만삭의 임신부가 폭격으로 긴급 제왕절개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을 때,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은 채 태어난다. 의사들은 쉬지 않고 아이의 심장을 마사지하고 꽤나 긴 시간 동안 카메라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과는 다르게 나는 아이가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그때 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힘이 폭발한다. 이 모든 것을 찍어서 다른 이들에게 꼭 알리라고 말하는 한 어머니의 절규에 보답하듯, 감독은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외면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고 찍어내는 것. 버텨야 희망 역시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감독은 집념으로 보여준다.

<사마에게>는 여성의 시선이 가진 놀라움을 드러내주는 강력한 사례이기도 하다. 동시에 더 이상 이런 참혹함을 다음 세대에서는 목도하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어주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죽음이 아닌 삶을 원한다고 말했던 와드처럼 현장을 지키며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는 모든 다큐멘터리에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영화감독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와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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