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에 경영책임자 규정' 고용부 → 법제처 검토 요청 내용 보니
지난 14일 KBS는 고용노동부가 최근 개정 작업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명시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입법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위임 규정 없다더니 ‘경영책임자’ 시행령에?…고용부, 법제처 지원 요청 (2022.9.14. KBS뉴스 홈페이지)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나 규정은 시행령 위임 사항이 아니어서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KBS에 “시행령에 명시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책임자를 가린다는 수사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시행령상 위임 근거 없어도 규정 가능한가”
KBS는 이 과정에서 고용부가 법제처에 보낸 검토 요청 내용을 입수해 확인했습니다.
고용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에게 제출한 문서를 보면,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제2조 정의 규정에서 ‘경영책임자 등’과 관련해 각계의 개정 요구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석을 시행령에 규정할 수 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행령상 위임 근거가 없음에도, 고용부와 검찰 해설서상의 ‘이에 준하는 사람’에 대한 해석 기준을 아래와 같이 시행령상에 규정(신설)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제4조(경영책임자등)
법 제2조제9호가호의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 보건에 관한 조직, 인력, 예산에 관해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등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은 고용부와 검찰이 꾸준히 밝혀왔던 기준을 부연하는 것입니다. 고용부는 이 문서에서 “안전보건 담당 이사가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최종적인 권한과 의무를 가진 자를 형사책임의 주체로 검토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종 결정권에 대한 해석을 명시하려 한 건, 각계 요구 사항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문건에선 앞선 경영계의 시행령 개정 요구와 더불어, 기획재정부에서 ‘산업안전’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를 경영책임자로 보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단 의견이 나왔다고도 제시됐습니다.
■ 법제처 “해당 부처, 개정 추진 중단”
이 같은 검토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이자 경영주 책임을 면해주는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재계의 요구에 맞장구치며 길을 열겠다는 해석 의뢰”라며 “법제처는 엉뚱한 해석과 궤변으로 이를 손들어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시행령 위임규정에 없는 내용을 시행령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법제처에 질의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우원식 의원 질의에 “실무적으로 입법 과정에서 (질의를) 한 거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장관은 “시행령 위임 규정에 없는 것은 할 수 없단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엔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이 논란이 불거지자, 이후 관련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법제처가 우 의원실에 보낸 답변 자료를 보면, 법제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이번 달 고용부로부터 실무 차원의 문의는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후 해당 부처가 문의한 사항에 대하여 개정 추진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경영책임자의 해석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고용부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고용부는 이달 안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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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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