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역무원 "취객이 끌어 안아도 대응할 수 없었다"
"막차 시간 개표구 주변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데, 취객이 뒤에서 끌어안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놀라서 도망쳤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한 여성 역무원이 JTBC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이 역무원은 또 할아버지가 엉덩이를 툭툭 치고 갔던 경험, 민원 고객에게 멱살 잡히고 페트병으로 얻어맞으며 폭언을 들은 경험 등을 떠올리며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역무원은 "업무 시 두려움을 느낀다"라며 "차라리 앞으로는 취객이나 부정 승차객을 잡지 않고 몸을 사리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역무원 성추행, 폭언, 폭행, 협박 등이 일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야간에도 홀로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폭행이나 위험 상황에 늘 노출돼 있다"며 "여러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나 제도가 아예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삼단봉이나 가스분사기는 물론, 방검조끼도 역무원에겐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지하철 역무원들이 위급 시 소지하도록 한 '가스총'은 재작년부터 지급이 중단됐습니다.
분실 위험과 예산 부족 등이 이유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무원들은 매시간 역사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2인 1조 근무수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16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건은 공공시설인 지하철역에서 근무자가 살해된 사건인 동시에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위해를 당한 걸 막지 못한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하철 역무원 2인 1조 순찰 규정을 만들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현재 SNS에서는 관련 내용이 지워진 상태입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이 내부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시행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직접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삭제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심야 근무 시 역무원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번 신당역 살해 사건을 보복성 범죄로 보고 수사하고 있지만,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지하철 역무원들의 근무 여건 또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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