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황 악화에 코너 몰려..핵전쟁 위험은 더 높아져"

김동호 2022. 9. 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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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유례없는 패퇴를 겪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전 이후 최악의 궁지로 몰렸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 작전으로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러시아 사회는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전세를 엎기 위한 총동원령 요구에 전술핵 사용 가능성까지 대두하는 등 여론이 갈리면서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 대대적인 반격 작전으로 동북부 하르키우주를 포함해 상당한 면적의 영토를 수복한 상태로, 현재 그 여세를 몰아 루한스크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도네츠크 북부 리만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무기 덕택에 러시아 병참기지가 잇따라 파괴되면서 지난 7개월간 우위를 보여온 러시아군의 작전 능력이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FP는 "러시아군이 빠르게 무너져내리며 전쟁의 흐름이 뒤바뀌었고, 서방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인 승리를 거둘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푸틴이 개전 이후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은 "상상 이상으로 러시아군이 작전 수행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이르지만, 서방의 지원 속에서 우크라이나가 중대한 모멘텀을 확보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폴란드 미국대사를 지낸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대니얼 프라이드는 "지난 200년의 러시아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을 일으켜놓고 승리하지 못한 지도자들은 늘 곤경에 처했다"며 "푸틴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더 거세게 반격해갈수록 러시아의 대응은 일반적인 수준의 군사작전이 아니라 푸틴의 정치적 계산에 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토 탈환 기뻐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이지움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점령됐다가 최근 수복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은 BMP-2 보병 전투 차량 위에 선 채 손을 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대적인 반격으로 격전지 하르키우주의 일부 마을을 러시아로부터 탈환했다. 2022.9.15 leekm@yna.co.kr

전쟁을 지지해온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FP는 내다봤다.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된 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은 전술핵 관련 언급을 종종 내비쳐왔다는 점에서다.

전임 러시아 대통령이자 푸틴 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최근 "서방 주민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일 것이다. 말 그대로 대지가 불타오르고 콘크리트가 녹아내릴 것"이라고 언급, 핵무기의 파괴력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전술핵 때문에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전술핵 피해를 보더라도 항복할 개연성이 크지 않고, 러시아는 전술핵을 터뜨리고도 전황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최후의 카드'까지 잃으며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는 꼴밖에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더욱 광범위한 군사력 동원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푸틴 대통령이 그간 국내 반발을 우려해 징집을 하지 않고 국가 총동원령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보면 손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인 안젤라 스텐트는 "교육수준이 높은 엘리트 계층의 아들들을 징집한다면 상당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총동원령을 선포하더라도 신병 훈련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전선에 전력 보강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치분석가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정치권과 관료들, 기업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그들은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동원령 선포가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향한 메시지가 쓰여 있는 우크라 키이우 지하철역 입구 방호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한편, 우파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대두되는 것도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골칫거리다.

정부가 대규모 징병과 총력전 선포 등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을 쓰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 대통령실은 "정당한 비판과 불법적인 비난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입장을 내는 등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상황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패와 취약한 군수 조직, 리더십의 실패, 인력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군 지휘관들이 개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그나마 기댈 곳은 기나긴 겨울 찾아올 맹추위를 이용한 에너지 자원 무기화다.

이미 러시아는 독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을 압박해오고 있고, 이에 실제로 체코 프라하에서는 지난 3일 에너지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의회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정치적 대화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한숨을 돌리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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