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도, 검찰도, 경찰도 스토킹 강력 대처 '뒷북' 대응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한 시민들 분노가 들끓자 정부는 스토킹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도록 스토킹처벌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는 강조하면서 스토킹 범죄 등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대응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터라 사건이 터진 뒤 수습하는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6일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검찰에서 스토킹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구금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와 구속영장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도록 스토킹처벌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로, 스토킹처벌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법무부는 잠정조치 방법에 가해자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취임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국 스토킹 전담 검사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스토킹 범죄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피해자에 대한 집착 성향·정도, 직장·주거 등 생활 근거지 밀접성, 범행 경위·기간 등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치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잠정조치를 적극 활용해 스토킹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하겠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2년 전국 경찰지휘부 워크숍’ 도중 긴급히 소집한 대책회의에서 “여성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현행법상 가능한 유치장 유치를 포함한 잠정조치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경찰관이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의 미비한 내용을 검토하고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시 과태료 처분을 형사처벌로 상향하는 법령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스토킹 범죄와 성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고 대처했는지를 두고선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법무부가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론수렴을 통해 합리적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 이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자 전자장치 부착’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가해자에 대한 사후적 조치여서 범죄 발생 초기 단계와 판결 확정 전 수사·재판 단계에 있는 피해자는 보호할 수 없다.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정과제에는 여성폭력 관련해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확립’이라는 제목 아래 ‘신고부터 피해회복까지 권력형 성범죄·디지털 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라는 간략한 내용만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가부 폐지’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대검은 지난달 23일 적극적인 잠정 조치를 청구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연구소 정책팀장은 “정부가 여성폭력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여가부 역할이나 여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성평등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함께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방향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스토킹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피해자들이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 게 어떤 부분인지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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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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