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서울시의원, '신당역 스토킹 살인' 망언 논란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시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유튜브

한 서울시의원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발언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좋아하는데 (피해자가) 안 받아주니 남자 직원이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범행의 원인이 일부 피해자에게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언급이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16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최근 지하철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 의원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라며 “저희 아들도 다음 주 월요일 군에 입대하는데 아버지의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 전모씨에 대해 “31살의 청년이고 서울교통공사에 들어가려면 나름으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을 서울 시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 발언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 직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로 시정질의 한 뒤 마무리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에도 직원들을 정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언의 의도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가해자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 발언 직후 일부 의원들은 수군대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 “저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신당역 사건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사건이었다”라면서 “경솔한 발언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은 지난 14일 벌어졌다. 가해자 전씨(31)는 사전에 A씨 동선을 파악한 후 신당역 내부에서 1시간 10분을 기다리다 A씨가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러 가자 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직장동료인 A씨에게 불법 촬영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며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A씨는 작년 10월 전씨를 경찰에 신고하며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신변보호는 한달만에 종료됐다.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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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