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치즈 만드는 우유값, 내년부터 싸진다..낙농산업 개혁 물꼬

이민아 기자 2022. 9. 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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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 낙농제도 개편안 만장일치
음용유 195만톤, 가공유 10만톤 2년간 유지
원유 가격 인상 폭 협상 남은 숙제
우유 1리터 당 가격 약 500원 오를 가능성

내년 1월 1일부터 마시는 우유와 버터·치즈 등 유가공품을 만드는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의 가격이 달라지는 정책이 확정됐다. 가격이 비싸서 값싼 외국산과의 경쟁에서 국산 원유가 밀리고,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을 뗀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제도 개편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현행 원유가격 결정 제도인 생산비 연동제 개편을 추진해 왔다.

이번 이사회에서 의결된 주요 사항은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의 도입이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12일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제품의 모습. /뉴스1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도입되면 원유 가격이 음용유 기준으로 시장 수요와 무관히 생산비에만 연동돼 결정되는 구조에서 용도에 따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되는 구조로 개편된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은 지난 2013년부터 수요와 무관하게 생산비를 따져 낙농진흥회에서 책정(원유 가격 연동제)해왔다. 그래서 마시는 우유에 대한 수요는 줄었는데 가격은 계속 치솟는, 시장 경제 원리를 거스르는 기현상이 발생해왔다. 이 때문에 유업체들은 값비싼 국산 우유 대신 저렴한 수입산 원유를 들여와 가공유로 썼다.

그러는 동안 원유 자급률은 떨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우유시장 현황 및 점유율’에 따르면 국산 원유(原乳) 생산량은 2012년 211만1000톤(t)에서 2021년 203만4000t으로 약 8만t이 줄었다. 우유 자급률은 45.7%로, 같은 기간(62.8%)에 비해 17.1%포인트(p) 줄었다.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포함한 낙농제도 개편안이 통과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실무 협의체를 가동해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오후 세종 낙농진흥회에서 열린 제3차 임시 이사회에 관계자들이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음용유를 2년간 195만톤, 가공유를 10만톤씩 배정해서 운영하는 방안도 합의를 했다”며 “농가별로 195만톤을 배정할 방법 등은 추후 협상하며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올해 원유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다.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에 생산자·유업체가 동수로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이달 20일 첫 회의를 갖고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한다. 작년에 오른 생산비를 반영해 인상된 원유 가격을 올해 8월 1일부터 적용했어야 하는데, 낙농가가 농식품부의 용도별 가격 차등제 도입에 반대하며 협상을 거부해 원유 가격 인상이 지연됐다.

낙농가는 원유 가격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은 입장이다. 오른 생산비를 그대로 감당하면서 원유 가격은 올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원유(음용유 기준) 1L당 가격이 최대 58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원유 값 협상 범위는 1L당 47원에서 58원 사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조사료 등 생산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낙농가에서는 58원을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느 수준에서 원유 가격 인상분이 정해지더라도, 소비자들이 접하는 우유 가격의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유 값이 21원 오르자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소비자가격을 200원 올렸던 걸 감안하면 원유가격 인상은 약 10배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 흰우유 제품 1L 당 평균 가격이 3000원에서 3500원으로 16.66%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유업체들은 원유 가격을 제외하더라도 생산에 필요한 부대 비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도 할 것”이라며 “유업체 입장에서 큰 폭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가격 인상을 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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