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신당역까지, 6년간 쳇바퀴 돈 여성안전
서페대연 "누가 경찰·사법제도 믿고 신고하겠나"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사회적 참사"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습니다.
6년이 흐른 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의 화장실에서 순찰 근무를 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또한 흉기에 살해됐습니다. 가해자는 스토킹 범죄 피의자로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있었습니다.
16일 시민사회와 여성단체에서는 두 사건을 두고 지난 수년간 여성안전과 관련해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진보당 당원 등은 신당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당역 사건 역시 마찬가지라며 "스토킹 범죄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고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 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도 성명을 내고 "국가는 이 여성의 죽음을 책임지라"고 촉구했습니다. 서페대연은 "경찰 당국과 사법부가 이미 사법 절차를 밟아 재판 중이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충격적"이라면서 "스토킹으로 경찰에 고소된 다음에도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거나 그를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누구든 불법촬영과 스토킹 피해를 겪었을 때 떠올리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 또한 불법촬영 피해와 스토킹 범죄를 경찰에 신고하여 우리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국가와 교통공사는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가해자는 불법촬영으로 직위 해제가 되었어도 업무 사이트인 인트라넷 등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든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는 안전해지기 위해 무엇을 더 했어야 했는가? 지금의 상황이라면, 누가 성폭력 피해를 겪었을 때 경찰과 사법제도를 믿고 신고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으며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젠더폭력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되고 있다. 여성의 죽음을 방관하고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국가"라고 밝혔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여성을 존엄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 객체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먼지처럼 떠다니는 우리 사회의 문제"라면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이 지났다. 6년 동안 우리가 배우고 변화한 것이 무엇이냐"고 지적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는 사용자에게 있다"며 공사의 각성과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시에 대해서도 사고 진단과 재발 방지, 대처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이번 사건은 뒷전으로 밀려난 여성 안전 문제와 성평등 정책의 후퇴, 사법당국과 수사당국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사회적 참사"라면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피해자 보호 제도·장치 강화를 더 미루는 것은 주권자의 절반인 여성 안전에 대한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은 법도 국가도, 고통받는 피해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며 "반복적인 젠더 폭력 행위로 9년형의 구형을 받을 정도의 중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상황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 그리고 법원 모두의 안이한 인식이 낳은 참극"이라면서 "이런 현실에서 젠더 폭력 방지를 말하면 ‘페미니즘 선동’이라 주장하는 이준석류의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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