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맡겨도 3%대 이자..자산가 여윳돈 이곳에 몰린다

박성호 기자 2022. 9.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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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방망이' 짧아지는 재테크
1~2주새 예금금리 달라지면서
만기 짧은 상품으로 쏠림 가속
시중銀도 금리 쿠폰 등 내세워
저축銀 못잖은 고금리로 고객 유치
단기채권도 60일 미만 비중 5%P ↑
[서울경제]

# 대기업에 다니는 K(38) 씨는 최근 D저축은행 파킹통장 계좌를 개설해 여윳돈 3000만 원을 입금했다. 원래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가입을 하려고 했지만 만족할 만한 이자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 자금이 묶이게 돼 수시로 출금해도 3% 이상 이자를 주는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K 씨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은 넣어두겠다는 생각이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중도에 해지하게 될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시중 자금이 안전 자산인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예금 중에서도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금리 혜택을 최대한 받으려는 한편 자산 시장 상황이 급변하게 됐을 경우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단기성 자산에 돈을 묻어두는 재테크 전략이 유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1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이번 달 만기별 정기예금 신규 취급액을 취합한 결과 6개월 미만의 단기 예금 비중이 전체 정기예금의 40.85%를 차지했다. 지난달 35.99%보다 4.86%포인트나 더 늘어난 수치다. 반면 7~12개월 미만, 13~24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비중은 28.29%와 29.12%로 각각 전달보다 2.64%포인트, 2.32%포인트 줄었다. 실제로 이달 들어 4대 은행 정기예금에 새로 유입된 자금은 14조 5713억 원으로 이 중 만기가 6개월 이하인 예금에는 5조 9528억 원, 7~12개월 미만인 상품에는 4조 1218억 원, 13~24개월 미만인 예금에는 4조 2426억 원이었다.

이는 새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만기가 1년 이상으로 비교적 긴 상품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등 빠른 시간 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향후 금리 및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짧은 예금에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라며 “특히 6개월 이하의 단기 예금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과 함께 최근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단기채권도 잔존 기간이 60일 미만인 채권 거래 비중이 다시 늘고 있다. 이달 전체 단기채권 거래액 대비 60일 미만 단기채권의 거래 대금 비중은 84.6%로 전달보다 5.2%포인트 이상 증가했고 91~180일인 채권 거래 비중은 14.75%에서 10.33%로 줄었다.

만기가 짧은 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예금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고 있기에 자금을 묶어둘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간 금리가 급등하면서 같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1~2주 사이에 예금금리가 달라지는 만큼 고객들은 가능한 한 상품에 오래 자금을 보유하지 않는다. 실제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의 경우 이달 초 금리(1년 만기 기준) 최고 3.52%지만 최근 추석을 맞이해 금리 쿠폰을 지급하면서 3.81%까지 올랐으며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각각 3.55%와 3.6%로 같은 기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올랐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최근 가입한 고객들 중에서 해지를 하고 다시 예금에 가입하는 것을 고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증시 등 다른 자산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자금을 단기 예금으로 몰리게 한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최근 한 달 최고 2533.52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376.46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150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시장 전반에서도 단기 상품에 대한 자금의 유·출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지난달 초 155조 원 정도였지만 일주일이 채 안돼 166조 원까지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162조 원까지 늘었다가 최근에 150조 원까지 줄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역시 지난달 22일 30조 원까지 늘었다가 최근 29조 원까지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이 지속되는데다 자산 시장도 불안정해지면서 단기 상품으로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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