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1만명 빠져도 지장없네"..인력 거품만 드러난 금융파업

신찬옥 2022. 9.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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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거리로 나갔지만
지점 업무 대부분 '원활'
인력구조 거품 드러낸 셈

◆ 금융노조 파업 ◆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금융노조가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총파업 출정식을 벌이고 있다. 1만명에 달하는 노조원이 용산 대통령실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면서 교통 정체가 오전 내내 이어졌다. [박형기 기자]
16일 조합원이 10만명에 달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6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지만 우려했던 파장은 없었다. 1만명 가까운 직원이 거리로 나섰음에도 일선 영업점과 인터넷뱅킹 등 모든 업무가 정상 가동됐다. 오히려 노조는 명분 없는 파업으로 은행원은 물론 소비자에게 비판을 받았고 노조 파업에도 은행이 정상 가동되면서 구조조정 명분을 제공하는 '파업의 역설'이 연출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17개 은행 파업 참가자는 9807명이며 참가율은 9.4%로 집계됐다. 금융노조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참가율은 13.6%로 6년 전 총파업 때보다 7%포인트 이상 줄었다.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등 현안이 걸려 있는 산업은행·IBK기업은행 노조원이 7000명 이상 참가하며 대부분 자리를 채웠다.

파업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참가율이 1%를 밑돈 데다 인터넷뱅킹 확산 등으로 창구 방문 고객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영업점 전산망 등 은행 전산 시스템은 물론 모든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도 정상 가동됐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고객에게 파업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불편에 대해 안내하기도 했다.

이날 파업이 금융노조가 내세운 명분을 파괴하는 역설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파업에도 은행 이용에 불편이 없다는 게 증명되면서 오히려 '직원을 줄여도 된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영업점 점포 폐쇄를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오늘 사태만 봐도 오프라인 지점 축소는 불가피하다"면서 "디지털 전환으로 인력 감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금 5.2% 인상과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것도 국민에게는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불편은 출근길 시민들이 겪었다. 노조가 오전부터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덕수궁까지 약 300m 거리의 4개 차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고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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