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래서 문제다

박서연 기자 2022. 9. 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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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가사노동 부담, 가부장제 여성상 종용, 외모 지상주의 등의 경향 보여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 1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2022년 성평등 미디어 포럼'을 열었다. 이날 '관찰예능 속 부부서사 : 가족 내 성역할 갈등과 정상가족 담론' 주제의 발표를 맡은 이소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한양대학교 강사는 “(2014년 방영을 시작한) MBC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리얼리티 프로가 점차 늘어났다”고 운을 뗐다.

이소현 강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확대된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남녀 간의 성과 사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고 있다. 부부 사이의 내밀한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은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의 속성이기도 하다. 미디어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화제성 있는 출연자들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는 소재다. 결혼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의 일상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2022년 성평등 미디어 포럼'을 열었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유튜브채널.

이번 연구는 △부부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성별에 따른 성역할 규범은 어떠하며 이는 부부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는지 △부부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부관계에서의 핵심 갈등 양상들은 어떠하며 책임 소재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부부예능 리얼리티 부부관계에서 중요시되는 가치들은 무엇이며 어떤 부부나 가족의 모습이 지지되거나 거부되는지 등을 중심으로 살폈다.

먼저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해서 나온다고 했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배우 정태우씨의 아내가 주방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당 프로그램은 배우 정태우씨가 침실에서 자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좀 도와주지” “결국엔 등교는 또 엄마 몫이네요” “끝까지 안 일어나네요” “등교 준비라도 안 도와주면 운전이라도 해서 애들 데려다주면 좋은데 그것도 안 해주니까” 등의 발언이나 자막을 내보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프로그램도 안무가 배윤정씨가 주방에서 아이 밥을 먹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남편이 방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장면에서도 역시 아내의 하루에 대해 “쉴 틈 없는 육아& 가사의 늪” “새벽부터 열일한 아내는 이렇게 피곤한데,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이분...” “육아 분담을 위해 시작한 남편의 재택근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등의 발언과 자막이 나왔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프로그램 역시 가수 임창정씨의 아내인 서하얀씨가 매일 아침밥을 차리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임창정 정식 창정이 정식,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 5가지 정도 있어요” “나 먹인다고 솥밥을 따로 하는 거예요” “아내분도 이렇게 보면 뿌듯하시겠어요. 온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등의 발언이 나온다.

▲지난 4월 방영된 SBS

'가부장제의 전통적 여성상 종용'하는 모습도 부부 예능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배우 조지환씨와 아내 박혜민씨가 출연했다. 부부의 직업 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부갈등 문제점이 다뤄졌다. 박혜민씨가 기존의 직업 대신 다른 직업을 도전하려고 하자 시어머니에게 “오빠는 10년 넘게 버티는데, 저는 왜 1,2년도 안 되는데요” 라고 말하자, 시어머니는 “희망이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남자가 안 풀리면 여자라도 야무지게 해서 어렵게 살면 분수대로 살아야 할 텐데 계속...”이라는 발언을 했다.

'외모 평가 및 외모 지상주의'의 모습을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배우 김예령씨에 대해 “55세 초동안” “방부제 미모”에 대해 말하고, 김예령씨와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을 두고 “이 비주얼, 할머니·아이 둘 엄마” “모녀 아이유” “어머 자매라고 해도 믿겠어요”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성 고정관념의 재생산'의 문제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이현이씨가 시동을 건 채로 주유를 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에 “하필이면 주유소가 셀프더라고요” “이거 어떻게 열어?” “내가 하면 안 돼. 꼭” “못 열지? 시동 껐지?” “이걸 못 열어?” “이상하네” 등의 발언이 오고 갔다. 운전은 남성의 영역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에 출연한 배우 나한일씨가 요리를 못 하는 장면을 두고 “이렇게 귀여운 상남자 처음 봐” “너무 귀여우셔” 등의 발언이 나왔다. 연구팀은 이 장면을 두고 요리 못하는 남편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고 봤다.

분석 결과에 대해 이소현 강사는 “부부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부갈등의 많은 양상은 성역할 갈등에 기인하며 아내와 남편의 성역할에 관한 인식 및 기대가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소현 강사는 이어 “관찰카메라 영상에 관한 스튜디오 패널의 담화는 부부 사이의 성차별적 문제를 희화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를 통해 성역할 규범 및 정상 가족 담론이 재확인되고 재생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출연자 개인들의 문제로 공격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출연자들의 특수한 상황이나 개인적인 성향 등에 초점을 두는 부부 예능의 재현 양상은 성역할 갈등의 발생과 해결에 대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확대하거나 공론화하기보다는 출연자들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방영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MBC '국제부부', TV조선 '아내의 맛' '우리 이혼했어요2' 등 6개의 부부예능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결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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