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 기득권 지키기, 노동시장 양극화 불러"
"비정규직에 부담 떠넘기고
임금·복지 격차만 더 키워
사회적 책임의식 부족" 질타
◆ 금융노조 파업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원인으로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를 지목했다. 이날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점을 고려하면 '귀족노조'의 무리한 파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1953년 제정된 이후 70년간 유지돼온 고용노동시스템은 (대기업·정규직 근로자 등) 시스템 안의 근로자들만 두껍게 보호하고 있다"며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과 임금·복리후생·고용안정성 등 근로조건 격차를 확대해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면 근로조건 전반이 열악한 노동시장의 하층에서 파업 등 노사 갈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 장관은 특히 "노사의 사회적 책임, 연대의식 부족 또한 이중구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대기업·정규직 노조는 하도급 근로자와의 연대보다는 본인들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고 원도급은 하도급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원·하도급 업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직원 간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현저히 다른 것을 의미한다. 하도급업체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원도급업체 직원들과 거의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사업장 규모별 노조 조직률을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49.2%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에 불과하다.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들은 강성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린 반면 정작 보호가 필요한 영세 기업들은 노조 자체가 없거나 힘이 미약한 상황이다. 또 국내 노조 조합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0.7%(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시간당 평균임금 1만4899원을 받는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3만2699원을 받아 임금 격차도 확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반기 노동 갈등은 비전형 고용부문과 이중구조화된 노동시장 하층 영역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점거농성 등 과격한 형태를 보인 노사 갈등은 하도급 근로자가 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나타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미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려면 노동법제 전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일하는 방식, 고용형태 다변화에 맞춰 노동법 체계를 다층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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