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수난시대..'40년 오일맨'도 짐싼다

이주현 2022. 9. 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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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퇴진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을 잇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공항인 스히폴공항의 CEO가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전격 사임을 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딕 벤쇼프 스히폴그룹 CEO는 15일(현지시간) 사임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 의료서비스업체 카디널헬스를 이끌었던 마이크 카우프먼 CEO도 지난달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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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악화에 잇단 퇴진
네덜란드 최대공항 인력난 심각
장관 출신 거물급 CEO 물러나
아디다스 CEO, 지난달 자진 사표
CS는 주가 3분의1 토막 책임
고유가 수혜 본 석유업계도 불똥
셸 CEO, 탄소절감 압박에 백기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퇴진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을 잇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공항인 스히폴공항의 CEO가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전격 사임을 결정했다. 앞서 아디다스, 풋로커,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 소비재 업체 수장들도 줄줄이 물러났다. 자동차, 금융, 의료 분야에서도 ‘CEO 수난 시대’가 닥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딕 벤쇼프 스히폴그룹 CEO는 15일(현지시간) 사임 결정을 발표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 출신인 벤쇼프는 2018년부터 이 기업의 CEO를 맡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제공항인 스히폴공항 경영을 총괄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여객 수요 침체라는 위기에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경기침체 국면에선 더 버티지 못했다.


스히폴공항은 지난 7월 공항 이용객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항 직원들의 급여 인상 요구가 거세진 상황에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완화로 불어난 여행 수요를 감당할 만한 보안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었다. 여기에 고된 업무 강도를 이유로 공항 물류 관리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수하물 분실 사례가 증가했다. 이미 지급이 끝났어야 할 여름휴가 보너스도 아직끼지 못 주고 있다.

대형 소비재 업계에선 CEO들의 줄사퇴 바람이 불고 있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는 “내년에 회사를 재정비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며 “내년에 사임하겠다”고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투자업계는 분석했다. 아디다스는 도시 봉쇄 조치로 중국에서 매출 회복세가 꺾인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오르면서 실적 악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올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미국 의료서비스업체 카디널헬스를 이끌었던 마이크 카우프먼 CEO도 지난달 사임했다. 이 업체 병원 납품용 의료제품 사업의 2022회계연도 4분기(지난 4~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카우프먼 CEO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제약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운동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렸던 펠로톤은 지난 12일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존 폴리 이사회 의장을 사퇴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에서는 지난달, 의류업체 갭에서도 7월 CEO 사임 발표가 나왔다. 최근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내놓은 베드배스앤드비욘드, 풋로커 등에서도 CEO들이 잇따라 퇴진을 결정했다.

대형 은행에서도 실적 부진으로 인한 사임 사례가 나왔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7월 토마스 고트슈타인 CEO의 사임을 발표했다. 투자 손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2월 대비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에 대한 책임을 졌다. 15일 기준 크레디트스위스의 시가총액은 139억달러 수준이다. 스위스 금융계에서 이 은행과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UBS(590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유가 폭등으로 혜택을 받은 석유업계에서도 사퇴하는 CEO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 셸은 “벤 반 뷰어든 셸 CEO가 내년 1월까지 직을 유지한 뒤 사임하기로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뷰어든 CEO는 40년간 셸에 몸담으며 9년간 CEO 자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유가 급등에 힘입어 올 2분기 순이익(167억달러)이 전년 동기(27억달러)의 6배를 웃도는 성과를 냈지만 화석연료 위주의 사업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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