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오징어게임 시즌2 할 줄 모르고 다 죽여서 죄송"

서정민 2022. 9. 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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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열풍]에미상 6관왕 '오징어 게임' 팀 귀국 간담회
이정재 "호명되는 순간 맞나 아닌가 세번 생각"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왼쪽 넷째)을 비롯해 배우와 제작진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황금빛의 큼지막한 에미상 트로피가 5개나 모였다. 나머지 1개도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17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 꼭 1년 되는 날을 하루 앞둔 16일, 트로피의 주인공들이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 모였다.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 등 6관왕에 오른 기념으로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일이면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 1년이 되는 순간에, 뜻깊은 자리에 많은 트로피와 이를 수상한 스태프와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는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에 오기까지 힘들고, 놀랍고, 기쁜,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였다. 좋게 마무리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로덕션디자인상을 받은 채경선 미술감독은 “촬영하면서 김지연 대표와 ‘잘 만들어서 에미상 한번 타보자’고 했는데, 그게 이뤄져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우게스트상을 받은 배우 이유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정재훈 시각특수효과(VFX) 슈퍼바이저, 스턴트퍼포먼스상을 받은 심상민·이태영 무술팀장과 김차이 무술팀원이 차례로 소감을 밝힌 뒤, 낯익은 얼굴이 스크린 영상에 등장했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였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첫 연출작 <헌트>가 초청된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로 직행하느라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정재는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를 떠올리며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내 이름이 맞나 싶었다. 0.1초 사이에 맞나 아닌가 세번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며 “여전히 얼떨떨하고, 한국의 많은 동료들이 축하 문자를 보내주셔서 일일이 감사 답장을 쓰고 있다.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콘텐츠가 많은 세계인들과 만나고 사랑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가 나와 더 많은 한국의 훌륭한 필름메이커와 배우들이 세계인과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왼쪽 첫번째)을 비롯해 배우와 제작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전세계적인 케이(K)콘텐츠 열풍의 이유에 집중됐다. 황 감독은 “외국인들도 <기생충>, 비티에스(BTS), <오징어 게임>을 꼽으며 갑자기 케이컬처가 부상한 이유를 내게 묻는다. 사실 우린 항상 열심히 만들고, 그걸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한국은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여서 늘 해외로 눈을 돌렸다. 문화상품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미디어환경 변화와 만나 꽃이 필 때가 된 게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은 치열하고 다이나믹한 사회다. 그 안에서 생산된 작품들이 빠른 변화와 치열한 사회를 잘 반영했기 때문에 인정받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채 미술감독은 “미술 작업을 하면서 목표는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대본에 표현된 공간을 기존보다 색다른 컬러와 공간으로 만들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 등 제작진과 넷플릭스가 저를 믿어주고 자율성을 줘서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케이콘텐츠에선 자유가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 무술팀장은 “<오징어 게임>에서 200명 가까운 배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했다. 한국엔 300명 안팎의 배우들이 가입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있는데, 이들이 한국 영화와 방송 대부분을 한다. 종사자 수에 견줘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자부하며 현장에 임한다”고 했다. 이어 “저도 운동을 했는데,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외국 선수들과 맞붙어도 지지 않는다. 연기에서도 그런 열정과 패기의 결과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74회 에미상에서 여우게스트상을 받은 배우 이유미.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황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이것이 나의 마지막 에미상 트로피가 아니길 바란다.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세계인들은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더욱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지금 시즌2 대본을 한창 쓰는 중이다. 내년(2023년)에 촬영하고 내후년(2024년)에 나오지 않을까 한다”며 “대본 쓰고 촬영하는 상상만 해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쑤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을 만들 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가 여섯개나 빠졌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황 감독은 애초 구상하던 영화 한편을 먼저 만든 뒤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연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원래 영화 한편 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하려 했는데, 시즌2를 먼저 하기로 했다. 너무 사이가 뜨면 이정재씨 등 배우들이 확 늙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유미가 시즌2에 출연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지영(이유미의 배역)이를 살리고 싶은데, 친했던 새벽(정호연의 배역)이도 죽어서 고민이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던 배우들이 다 죽었다. 이렇게 (시즌2를 하게) 될지 모르고 다 죽여서 죄송하다.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가운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징어 게임>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는데도 한국 제작사 쪽에 돌아오는 추가 수익이 없고 아이피(IP·지식재산권)도 넷플릭스가 다 가져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아이피 관련 이슈가 제기된 걸 잘 알고 있다. 시즌2 계약 내용을 자세히 공개할 순 없지만, 조건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면서 (넷플릭스와) 서로 나쁘지 않은 계약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을 대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면서 생긴 이슈인데, 여러 대안 마련을 위해 준비 중”이라며 “제작사가 힘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초기 자본을 확보하는 길이 열려야 하는데, 몇년에 한편씩 만드는 제작사들에겐 버틸 자본과 힘이 없다. 국가나 민간에서 과감하게 투자해 제작사가 자기 자본을 들고 (넷플릭스 등에) 가면 얘기하기가 훨씬 쉽다. 저도 그런 방법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왼쪽 넷째)을 비롯해 배우와 제작진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황 감독은 마지막으로 “보통 시상식에선 스포트라이트가 감독·배우에게만 쏠리는데, 이번엔 다행히 에미상 스태프 시상식이 한주 먼저 열려 이유미와 스태프에게 좋은 소식이 먼저 전달되고, 그게 감독과 배우에게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특히 좋았다”며 “이제 즐거움을 떨쳐버리고 (시즌2 대본) 집필에 매진하려 한다. 한참 글을 쓰다가 시상식 가느라 리듬이 깨졌다. 다시 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많은 응원과 관심에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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