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명 사절단과 온 '中 넘버3'.."칩4는 미국 독자주의" 견제구
"한국은 동반자, 미래 열어갈 새 출발점"
"예민한 문제, 적절 처리하고 안정 발전"
한중 간 공급망 안정적 관리 지지하기도
이달 美해리스 이어 하반기 中왕이 답방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방한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16일 한국에 대해 “전략적 동반자”라며 “미래를 열어갈 새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사드(THAAD) 기지 정상화와 미국 주도의 ‘칩4 동맹(반도체 공급망 대화)’에 대해서는 각각 “중국의 전략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불순한 의도” “미국 독자주의”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한중 국회의장회담에서 “중국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중한 관계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리 위원장은 비공개 회담에서 한중 간 뇌관으로 여겨지는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하고 “(미국이) 중국을 협박해 중국의 전략안보 이익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날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칩4 동맹에 대해서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공급망의 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힐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사드 문제를 언급하고 상호 예민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의 필요성에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초청했으며 리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정확하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짜인 리 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 동맹 등 미국 주도의 신(新)글로벌 공급망 구축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7년 만에 방한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한미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으로서는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中 리잔수 “한중 관계 매우 중요···공급망 안정적 관리 지지”=리 위원장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우리는 한중 관계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복잡하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직면해 양국은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하고, 발전과 번영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를 가속화할 필요성도 언급한 뒤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공급망·산업망을 원활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질 높은 통합 발전을 실현해나갈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또 한중 양국이 다자 공조를 강화하고 다자주의와 지역 무역 체제를 수호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미국 주도의 IPEF와 칩4 동맹 구성 등 소다자주의 형성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진 발언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리 위원장의 이번 방한을 미국발(發) 공급망 압력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인권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급망 질서 재편을 꾀하자 이로 인한 압박을 낮추고자 중국이 한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3월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리 위원장은) 한중 간 가능한 공급망 협력에 어떤 것이 있는지, 한국이 미국의 공급망 압박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국회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전략 대화를 구축하기 위해 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해리스 이어 中 왕이도 하반기 韓 방문···외교 경쟁 이어질 듯=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도 미중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이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장에 참석한 뒤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회동하기로 했다.
왕이 중국 부장도 올해 하반기 중 답방을 약속했는데 시점은 10월 중하순 개최되는 중국 당대회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등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편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열한 외교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사안별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 소장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보다 원칙을 갖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외교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가치 외교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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