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尹, 신당역 사건 책임 느낀다면 혐오·차별정책 포기해야"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신당역 살인사건과 관련,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정치활동을 해온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성차별과 젠더폭력, 즉 성별 기반 폭력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구조적 반성과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SNS에 쓴 글에서 "여성도 마음놓고 밤길을 걷고 지하철 화장실도 안심하고 이용하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왜 이런 당연한 소리를 계속해서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침통함을 드러냈다.
박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신당역 사건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스토킹 범죄도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성범죄 예방과 보호 조치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당장 버리기 바란디"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오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상정해 논의한다고 한다.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왜 우리 정치는 매번 이렇게 사람이 죽어야만 겨우 움직이는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이번에는 사태의 근본적 원인 파악부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해결 방안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나아가 "민주당은 핵심 민생과제에 여성혐오 범죄 엄벌과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를 반드시 포함해서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갖고 함께해 달라"며 "여성혐오 범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이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는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저는 방금 신당역을 다녀왔다"며 "더 많은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 나서 달라. 또 다른 여성을 잃을 수는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도 멈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이날 신당역 추모 공간을 다녀온 후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장 의원은 "또 하나의 젠더폭력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며 "반복되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 앞에 너무나 큰 좌절과 분노, 슬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 의원은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원한에 따른 보복성 범죄'로 보고 있지만 신당역 여성 살인사건의 본질은 너무나 명백한 젠더폭력"이라며 "지금껏 정치권은 젠더에 기반한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 여러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켜 왔으나 여성폭력방지법도 스토킹처벌법도 피해자를 번번이 지켜내지 못했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 제2의 n번방 사건,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신당역 살인사건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부터 이번 사건까지 젠더폭력을 젠더폭력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젠더폭력을 책임있게 근절할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이는 김현숙 여성부 장관이 이날 신당역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것을 꼬집은 말이다.
장 의원은 "동료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과 스토킹, 그리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연쇄를 젠더폭력이라는 관점 없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부정하는 정치가 결국 이런 비극으로 이어졌다. 정치 전체가 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장 의원은 "이런 근본적 반성 없이 그저 모든 것을 교통공사 탓, 기술적 입법 미비 탓만 해서는 사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하며 "저부터 반성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사건을 정확한 이름으로 규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젠더폭력"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규정조차 정쟁의 영역으로 가져가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고 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도 신당역을 다녀온 뒤 "피해자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도, 몰카와 스토킹 등 자신의 피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한다. 사법기관과 직장으로부터, 아니 우리 사회 공동체로부터 마땅히 보호받았어야 했던 피해자는 입소문이 무서워서, 2차 가해가 두려워서 사건을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길 원했다. 그 역시 비극"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류 의원은 "슬퍼하고 추모하자. 그리고 분노해도 괜찮다"며 "피해자를 위한 연대, 여성의 안전을 위한 연대에 주춤하지 않아도 된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 더 악랄해진 제2의 n번방, 그리고 이번 신당역 살인까지 전부 기억해야 한다"고 추모와 기억의 연대를 제안했다. 그는 "신당역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많은 시민의 추모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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