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 몇 번 웃었는데, 정주행 완료..조회수 1억 '1분 드라마' 아시나요

박대의 2022. 9. 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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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만든
김준모 감독·이은서 PD 인터뷰
편의점 일상 다룬 콩트 장르
20화 몰아서 봐도 겨우 20분
편의점 알바 경험자 인터뷰에
점장들 '브이로그' 보며 관찰
허니버터칩·포켓몬빵 오픈런 등
누구나 공감할만한 요소 인기
편의점 CU와 협업한 프로젝트
기업 브랜딩 모범 사례로 주목
편의점 일상을 1분 분량 짧은 드라마로 만들어내 인기를 끌고 있는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장면들. [사진 제공 = 플레이리스트]
"더 이상은 못해 먹겠다…."

편의점에서 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편의점 오픈런' 역사가 있다. 2014년에 출시돼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며 제조사가 공장까지 증설하게 만든 '허니버터칩'이 그 역사의 시작이다. 들어오는 물량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 과자를 찾아 헤매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당시 근무자들은 이 과자를 손에 넣기 위해 편의점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에 "허니버터칩 다 나갔어요"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하지만 수십 명의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왜 없는지, 언제 들어오는지를 계속 물어왔다. 심지어 그들은 사람들이 상품을 빼돌린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래도 그때는 친절할 수 있었다.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2020년 '곰표맥주'와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그리고 올해 '포켓몬빵'까지 '편의점 오픈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편의점 고인물`을 제작한 김준모 감독(오른쪽)과 이은서 PD. [한주형 기자]
역사가 쌓일수록 편의점 근무자들의 대응도 고차원적으로 바뀌어 갔다. 상품이 입고되는 순간부터 마치 전시 체제로 전환하는 듯 입구에 '포켓몬빵 없어요'를 붙인다. 하지만 밀려드는 손님들의 반복되는 요구에 표정은 풀리고 결국 손은 자연스럽게 사직서로 향한다.

편의점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일화가 탄생하는 공간이 됐다. 그 속에서 한 번쯤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엮은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은 편의점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9년 차인 하루가 겪는 일상 속 이야기를 20화로 유쾌하게 풀어 낸 이 드라마는 지난 6월 27일 1화가 공개된 이후 39일 만에 조회 수 1억회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라고 하지만 회당 분량은 1분에 불과하다. 전편을 다 보는데도 20분이면 충분하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이목을 끌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드라마를 만든 김준모 감독은 "드라마보다는 콩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며 "동영상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쇼트폼(짧은 길이 영상) 포맷을 도입하면서 호흡이 빠르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기획·제작을 총괄한 이은서 PD는 "처음 편의점 드라마를 만들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 정도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쇼트폼에는 드라마 형태 콘텐츠가 없었고, 편의점이라는 배경을 활용해 공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사진 제공 = 플레이리스트]
아르바이트생이나 점장의 일화는 실제 근무자들의 경험을 취재해 살려냈다. 김 감독은 "일하고 있는 친구들보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그만둔 친구들을 중심으로 많이 물어봤다"며 "아쉬울 것 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어 사실감이 더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요새 편의점 점장들이 올리는 브이로그(일상 공유 영상)도 많아 거기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며 "담배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않거나 결제할 때 카드를 던지는 등 누구나 한 번쯤 편의점에서 봤을 법한 소재를 살려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플레이리스트]
이 드라마는 지난 2월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가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과 공동 콘텐츠 제작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번 작품은 광고로 기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편의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공익적 사업도 곁들여 소개해 편의점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줬다. 예를 들어 11화에서는 길을 잃거나 실종된 아이를 찾아주는 '아이씨유(ICU)'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 PD는 "기획 단계에서 방향을 잡을 때 전체적인 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사례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살려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봤다"며 "광고는 아니지만 좋은 광고 효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사와 편의점 업체가 상부상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결국 목적은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최소한 '피식' 정도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대본을 잘 살려준 배우 분들과 시청자들과의 밀고 당김을 적절하게 잡아준 편집팀의 역할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이 PD는 "영상의 길이와 관계없이 나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어 할 때 콘텐츠 제작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며 "더 공감이 가는 소재로 재미를 추구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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