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생명의 '이타성'..독특한 갈라파고스 생태계 만들었다

박대의 2022. 9.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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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해류 /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1만7000원
1835년 가을,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스물여섯의 나이에 영국 함선 비글호를 타고 남미의 제도 갈라파고스로 향했다. 그가 마주한 것은 육지에서는 본 적 없는 땅거북과 이구아나 같은 지역 고유의 생물이었다. 다윈은 10장 남짓의 '비글호 항해기'에 갈라파고스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종의 기원'이 나온 것은 그가 갈라파고스를 다녀온 지 20년 후의 일이다. 생명의 경이로움은 진화론의 단초가 됐지만, 다윈은 제도에서 본 것만으로 이론을 완성하지는 않았다.

12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이 제도는 남미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약 1000㎞ 떨어진 남태평양에 위치해 있다. 지각판의 충돌로 발생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딱딱한 돌 말고는 한 줌의 흙도 없는 곳이다. 도저히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이 독특하고 풍성한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생명해류'의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갈라파고스의 독특한 생태계가 탄생한 배경에는 생명의 '이타성'이 있다고 말한다. 제도의 생명체들은 자기의 이익보다 다른 이들의 이익을 더 꾀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용암이 겨우 식어내린 최초의 바위섬은 생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극소량의 빗물과 공기 속 습도, 태양광선만이 생명체가 숨을 이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동력이었다.

극도로 제한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식물은 용암선인장 정도에 불과했다. 갈매기의 분비물과 함께 갈라파고스에 내려앉은 선인장 씨앗은 척박한 환경에서 발아한 뒤 물을 저장해 광합성했다. 선인장은 열매를 대지에 떨어뜨렸고 그로 인해 다른 생명이 그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자신에게 필요한 양분만 합성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은 활동으로 다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밑천을 만들었다.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다. 용암선인장의 이타적 특성으로 갈라파고스에는 키 작은 관목류가 곳곳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관목류 역시 선인장처럼 이타적인 특성으로 갈라파고스를 생명의 터전으로 확장해갔다. 이러한 방식으로 변천과 진화를 거듭할 수 있는 터전이 지구상에 출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갈라파고스에서 지낸 5박6일 동안 자신이 마주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생명의 본모습과도 같은 자연을 그리스어에서 따온 말인 '피시스(physis)'로 칭한다. 이와 상대되는 개념을 논리·언어사상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로 칭한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먼저 목격한 자연과 생명 현상이 피시스이고 그것을 로고스로 만든 결과가 진화론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여정에 나서게 된 동기는 연구실에서 접한 로고스에서 벗어나 다윈처럼 피시스를 확인하고자 했던 마음이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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