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진선규, 상상하고 유지하라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세상에서 가장 맑아보이는 눈은 역할을 입는 순간 탈바꿈한다. 해맑게 연기의 원천은 상상력에서 온다는, 좋은 의미로 무서운 배우 진선규다.
진선규는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제작 JK필름, 이하 '공조2')에서 글로벌 범죄 조직을 이끄는 북한 출신 장명준 역을 맡았다. 그런 장명준을 잡기 위해 재회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뉴페이스 해외파 FBI 잭(다니엘 헤니)이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펼친다.
'공조2'는 지난 2017년 개봉한 '공조' 1편의 속편이다. 1편이 78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만큼, 속편에 대한 합류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빌런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무게감도 갖춰야 했다.
진선규는 "1편이 너무 재밌었다. 1편은 시나리오를 본 게 아니라 영화를 봤었는데 2편 시나리를 보니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인터내셔날'해졌더라"며 "삼각공조가 이뤄진 강진태 집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부딪히게 되는 빌런 장명준이 가진 힘의 크기가 예전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1편의 빌런이었던 차기성(김주혁)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구축해야 했다. 진선규는 "1편에서 김주혁 선배가 너무나 인상 깊었다. 림철령과 보여주는 둘의 힘이 너무 컸다"며 "저는 일대다 대응이기 때문에 1편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부담이 됐다. 안됐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진선규는 "제가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오랜만에 위성락(영화 '범죄도시1' 빌런) 말고 다른 모습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들어서 감독님과 이미지부터 외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진선규는 "처음에 분장, 의상 콘셉트를 굉장히 세련되게 잡았다. 투블럭으로 자르고 머리를 넘기고, 반지를 끼고, 양복을 입고 해외에서 잘 나가는 범죄 조직 보스 같은 느낌이었다"며 "근데 현빈과 다니엘 헤니 사이에서 내가 무언가 세련됨을 집어넣는 게 과연 좋을까 싶었다. 가만히 있어도 멋있고 세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꾸며된 세련됨은 차별성이 없는 것 같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긴 머리를 어떻게 해보고 싶었는데 샤워를 하다가 머리를 털고 거울을 봤다. 젖은 머리가 사자 갈기 같았다"며 "장명준은 자신의 큰 목적을 위해 돌진하고 있으니까, 그 모습을 남들에게 감추고 싶지 않을까 싶어서 그 모습 그대로 감독님께 찍어 보냈다. 괜찮다고 하시길래 다음 피팅 땐 분장팀한테 가서 부탁했다. 첫 촬영이 끝나고 보니까 제 선택이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진선규는 자신의 첫 등장신을 언급하며 "진짜 제가 봐도 너무 달라 보이더라. 마음에 들었다. 비주얼이 독특하면서도 촌스러운 것 같고 괜찮았다. 죄송하다. '자뻑' 한 번 했다"고 농담했다.
다만 장명준이 사용하는 함경도 사투리는 앞서 진선규가 연기한 '범죄도시1' 조선족 캐릭터 위성락과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이에 대해 진선규는 "두 캐릭터가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선생님이랑 연습할 때도 연변 말을 빼고, 다 빼고, 싹 뺐다. 근데 저도 연습했던 게 비슷하고, 습관이 있다 보니 쉽지 않았다"며 "아주 많이 바꿨는데 그냥 듣기엔 함경도 쪽과 연변 쪽 사투리가 비슷하다더라.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르긴 하다. 선생님의 녹음본을 계속 듣고, 연습했다. 일반적으로 보면 다 같아 보이겠지만, 실제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다르다고 느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충은 액션신이었다. '공조2' 백미로 꼽히는 후반부 옥상신은 실제로 10여 일간 호텔 야외 옥상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진선규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너무 격한 액션을 하루 종일 현빈과 둘이 찍었다. 그래도 현빈이 액션을 너무 잘하고 잘 맞춰줬다"며 "저는 나이가 좀 있다 보니 예전엔 잘했지만 지금은 조금 아프다"고 '웃픈' 고백을 했다.
또한 진선규는 "바닥에서 싸우다가 난간 옆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40 몇 층 난간이었는데 옥상 위에 세운 철골 구조들이 흔들렸다. 스태프들도 많이 올라와 있어서 위험했던 순간이었지만 그나마 아무 사고 없이 잘 찍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촬영 환경 탓에 오히려 배우들은 동지애로 뭉쳐졌다. 진선규는 "10일 동안 계속 액션하고 부대꼈다. 현빈과 제일 많이 만났고, 싸웠다. 그러다 보니 돈독해지고 친해지고 깊어지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진선규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조폭인 빌런 위성락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공조2'에서도 글로벌 범죄 조직을 이끄는 장명준을 연기했다. 그러나 앞서 진행한 유해진, 다니엘 헤니에서 진선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은 입을 모아 "선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한없이 선한 사람이, 끔찍한 빌런을 너무나 '찰떡' 같이 소화한다는 것이다.
빌런 연기에 대한 비법 질문이 언급되자 진선규는 "비법은 따로 없고, 만들어주신 외형 속에서 배역을 상상해나간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순간적인 상상을 오래 지속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한 인물의 사고의 흐름이나 가치관들을 많이 상상한다. 그러다가 '슛'이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다 보니 그 속에서 제가 보고 싶은 인물들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진선규는 '상상력은 연기 철학'이라는 자신의 소신에 대해 "아직 다른 방법으로 바꾸진 못했다. 어떤 캐릭터를 위한 설정보다는 설정된 흐름 속에서 제가 상상을 잘해나가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장명준의 서사 역시 진선규의 머릿속에서 출발했다. 진선규는 "장명준의 이야기가 대사적으로, 설명적으로 영화에서 많이 보이진 않았다"며 "제 상상 속에선 장명준이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과, 그런 가족들을 받아주지 않았던 남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 가족애가 제일 컸다. 어떻게 보면 1편에서 림철령이 가지고 있던 마음이 2편에선 장명준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상상하며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진선규는 '공조2'에 대해 "제가 오랜만에 새로운 악역을 연기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한 가지 역할로 각인된 게 나쁘진 않다. 오히려 저를 기억해 줄 수 있는 대표작이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악역을 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고민했던 것만큼 스크린 속에서 그 이미지가 보여서 좋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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