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금리에 짓눌린 증시..디폴트옵션이 반전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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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마침내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디폴트(default)'는 기본 설정값을 뜻하는 영단어인데요. 근로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운용할 금융상품을 따로 특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 둔 기본 설정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걸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사전지정 운용제도'라고 부릅니다.
도입 취지는 수익률 제고입니다. 몰라서, 귀찮아서 혹은 바빠서 주로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에 방치해 둔 퇴직연금의 연 1~2%대 저조한 수익률을 끌어올려 보자는 겁니다. 디폴트옵션으로는 원리금보장상품뿐만 아니라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BF), SVF(스태이블밸류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등 수익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증권가는 벌써부터 들떠있습니다.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적립금 상당 부분이 수익형으로 이동할 거란 전망이 우세해섭니다. 최근 최윤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2024년 주식 비중이 위험자산 투자 확대로 30~40%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주식 신규 유입 가능 금액은 20~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럼 연초부터 계속되는 '파월 빔'으로 휘청이는 국내 증시도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 호재는 맞습니다. 특히 기존에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100%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대부분 노후 보장 목적의 자금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를 잘못 만나 당장 구세주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추가 긴축에 연말까지 증시의 추세적인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일 거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스피 하단이 2,200선을 지나 코로나 발발 당시인 1,500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큰 자금 순환에서 보면 지금 예금이 급증하고 채권형 상품이 완판되는 등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향후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디폴트옵션 하나만으로 반전을 꾀하기엔 증시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디폴트옵션 자체의 구조적 원인도 있습니다. 당초 계획과 달리 디폴트옵션 상품 대상에 원리금보장형이 포함됐습니다. 결국 퇴직연금 투자자들은 지금을 저점 분할 매수의 기회로 삼기보다 또다시 예·적금으로 돌아가는 보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 거죠.
결국 진통 끝 도입에도 불구하고 디폴트옵션은 당장은 초라한 개점식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던 우리 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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