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 전세 사기 주의보' 서민 대상 사기 행각 50대 구속 (종합)
신탁 등기 설정된 신축 건물 임대하고 13억원 가로챈 혐의
피해 임차인 대부분 신혼부부·사회초년생..억대 피해자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수법의 전세 사기 관련 피해 잇따라.."주의 필요"
신탁 등기가 설정돼 관리·처분 권한이 없는 오피스텔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수법으로 1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세 관련 사기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어,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8일 사기 혐의로 A(52)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산 동구의 한 신축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맺은 9세대로부터 보증금 13억 5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오피스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는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끝에 A씨의 혐의를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시중 금융기관에서 58억원을 대출받아 부산 동구에 소규모 오피스텔을 건축했다.
당시 대출 보증을 선 금융기관은 해당 건물이 완공된 뒤 신탁 등기를 설정하고 오피스텔 관리와 처 권한을 넘겨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축물에 신탁등기가 설정될 경우 해당 건물의 대외적인 소유권은 신탁기관(수탁자)에게 넘어간다.
또 건물주가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 할 경우에도 신탁회사에 우선 수익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맺을 경우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A씨는 잔금을 치르면 대출금을 변제해 신탁 등기를 말소한 뒤, 임차인을 1순위 우선수익자로 설정해주겠다고 속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 계약 과정에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깎아주겠다", "방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계약을 유도하거나 "대부분 임대차 계약은 이렇게 이뤄진다"며 임차인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수법에 속은 피해자는 모두 9세대, 피해금액은 13억 5천만원에 달한다.
특히 피해자는 대부분 부동산 계약 경험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학생, 사회초년생이었다고 경찰은 강조했다.
또 대부분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지급했는데, 세대별로 적게는 4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 가까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가로챈 돈으로 대출이자나 공과금을 상환하고, 일부는 자신의 생활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부동산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자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동산 계약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전세 보증금 관련 사기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신고가 100건 넘게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대전과 충북 등지에서는 전세 대출 관련 사기나 이른바 '깡통 전세' 사기 행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세 사기 의심 정보 1만 3961건을 확인해 관련 정보를 경찰청에 전달한 바 있다.
서민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6월 의심 사례를 경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피해 예방 교육을 펼치기도 했다.
경찰은 반복된 전세 보증금 관련 사기 행각을 근절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피해가 없도록 전세 계약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동부서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시 등기부 등본을 반드시 열람해 소유자와 임대인이 같은지, 아울러 권리를 제한하는 신탁등기, 근저당권 등이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신축 건물일수록 대출금이 크다 보니 임대, 분양 사기가 잦아 대출보증 관계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신탁 등기를 확인하려면 등기부등본의 갑구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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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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