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체험·벨루가 타고 서핑..이제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김지숙 2022. 9. 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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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 개최
허가제 등 큰틀 공감..전시부적합종 등 이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물단체들이 동물원수족관법, 야생생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동물들이 갇힌 케이지를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어웨어 제공

돌고래 체험, 벨루가 서핑, 체험동물원 방치 학대 등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해치는 행위가 드디어 금지될 수 있을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전해철)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해 ‘동물원수족관법 및 야생생물법 개정에 관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해 발의돼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에 대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됐다.

현재 국회에는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과 노웅래,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야생생물법 일부 개정안’ 2건 등이 발의돼 있다.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은 동물원 허가제 및 검사관제를 도입, 종별 사육기준 마련, 고래류 등 전시에 부적합한 종을 지정해 신규 도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동물원으로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고, 현재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외래 야생동물 등을 보호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수입, 생산, 판매에 절차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2020년 6월 경남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 벨루가 등을 타고 만지는 체험이 진행되어 온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2월 대구의 한 체험동물원은 사육 동물들을 굶기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이 체험동물원 운영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제보자 제공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형식적인 등록여건만 충족하면 등록증이 발급돼 사자, 호랑이 등을 흙 한 줌 없는 실내 사육장에 전시하거나 체험·교감이라는 명목으로 야생동물을 타거나 만지는 등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가해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 야생생물법 또한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같은 일부 종 이외에는 규정이 전무해 라쿤, 미어캣, 각종 파충류 등 애완용 외래 야생생물이 유기되거나 탈출하는 사고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동물원 허가제는 찬성, 신설 제도에 대해선 이견도

이날 공청회에는 4명의 진술인이 참가해 관련 개정안에 대한 의견과 검토 사항 등이 논의됐다. 전문가로는 김규태 경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참여하고 동물원 관계자로는 이기원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사무국장, 지효연 한국동물산업협회 협회장이 출석했다.

진술인들은 동물원 허가제나 전문검사관 제도 등 동물원 관리에 대한 제도 신설에는 전반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종별 사육기준 마련, 전시 부적합 종의 선정, 백색목록(수입·반입·반려가 가능한 야생동물 목록) 신설 등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이견을 나타났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과 ‘야생생물법 일부 개정안’의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김지숙 기자

이기원 사무국장은 “전시에 적합하지 않은 종을 금지하겠다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전시부적합종이라는 주장을 개개인이 할 수는 있겠지만 법적으로 지정하고 규제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형주 대표는 “전시부적합종이라고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돌고래는 수족관 사육이 금지되는 추세다. 국내도 더 이상의 신규 개체는 도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침팬지, 코끼리 등의 동물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에서는 유인원 사육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제인 구달법’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질의에서는 환노위 의원들이 진술인에게 관련 실태와 의견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원이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될 경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전국에 몇 군데 정도 되며, 업체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면 폐업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지효원 협회장은 “현재 동물원 미만 시설은 11~30곳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업체로 보상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폐업 찬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답했다.

동물 체험이나 전시가 제한되면 동물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동물을 반려하고 싶은 국민들도 많은데 규제가 남발되면 동물을 체험할 기회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닌가. 업계나 학계에서 충분한 논의로 서로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물단체들이 동물원수족관법, 야생생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어웨어 제공

이에 이형주 대표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아무것도 못 기르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이에나, 과일박쥐, 사향고양이 등 누가 봐도 사육이 부적합 종을 정하자는 것이다. 동물원 또한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 기준, 관리 방안을 마련해 잘 운영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섬세한 조율 필요한 사항들 의견 참고할 것”

동물원 전문검사관제도는 어떻게 운영될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가 2020년부터 관련 의견을 청취한 걸로 안다.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국립생태원, 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자 등의 실제 전문인들로 구성해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충분한 시간을 드려 기준과 제도를 꼼꼼히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전해철 환노위 위원장은 “진술인들이 모두 큰 틀에서 허가제와 검사관제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위법령 등에서 섬세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사항들은 잘 취합해 입법 논의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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